지방 82%, 서울 0 '의대증원 쐐기'…의정 갈등 '초장기화'로 가나(종합)
미니 의대였던 경기·인천에 증원 18% 배정
정부 2천명 증원 대학별 조정 여지도 거부
의료계 반발…의대협 "휴학 승인하라" 압박
배정위 졸속 심사, 서울 역차별 논란도 제기
의협·대전협·전의교협, 오늘 심야 대책회의
[세종=뉴시스]김정현 성소의 기자 = 2025학년도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이 확정됐다. 경기·인천 지역은 361명(18%)을 늘리고 나머지 1639명(82%)을 모두 지방에 배분했다. 서울 지역의 의대 정원은 동결한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과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 속에서 2000명 증원의 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의료계는 들끓고 있으며, 의사단체와 전공의 및 교수들은 대책 논의에 착수한다.
정부 "2000명은 최소한의 숫자…의료계, 복귀해야"
지방권 의대 27개교의 총 정원은 2023명에서 3662명, 경인권 5개교는 209명에서 570명으로 각각 늘어난다. 서울 8개교는 증원하지 않는다. 총 정원은 5058명으로 각각 서울 16%, 경인 11%, 지방 72%가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못 박았다.
한 총리는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과거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 반발로 의대 정원이 351명 줄었던 점을 언급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향해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고, 정부는 여러분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당부했다. 오는 25일 집단사직을 결의한 의대 교수들에게도 복귀를 촉구했다. 정부는 다음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한다.
지방 국립대 7곳 200명…미니의대 최대 4배 증원
이번 배분 결과 전국 의대 판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먼저 지방 거점 국립대의 의대 9곳 중 7곳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다. 전북대(기존 142명), 부산대(125명), 전남대(125명), 경북대(110명), 충남대(110명), 경상국립대(76명), 충북대(49명)가 해당한다. 충북대는 정원을 4.1배 늘려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지방 사립 조선대(125명), 원광대(93명), 순천향대(93명)도 정원이 각각 150명으로 늘어난다. 이들 10곳은 서울대(135명, 증원 없음)보다 큰 '메가 의대'가 된다.
현재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 17개교는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정원이 늘어났다. 현재 정원이 40명에 불과했던 대구가톨릭대와 차의과대가 80명으로 증원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100명을 넘게 됐다.
이번 정원 배분에서 배제된 서울의 가톨릭대(93명), 중앙대(86명), 이화여대(76명) 3곳을 비롯해 대구가톨릭대(40→80명), 차의과대(40→80명) 5곳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적은 100명 미만 의대로 남게 됐다.
'빅5'(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성균관대·울산대)는 의대 소재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인서울' 서울대와 연세대, 가톨릭대는 정원을 받지 못했다. 반면 울산대와 성균관대는 40명을 120명으로 3배 늘렸다.
기대를 모았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증원은 없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대에서 증원 요청이 있었다"면서도 "별도의 트랙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학과 내에서 임상과 연결된 의과학으로서 발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속전속결 배정위 두고 졸속 논란…역차별 주장도
정부는 세부 기준은 물론 인원 수까지 보안에 부쳤고 거듭된 공개 요구에도 말을 아꼈다. ▲지방에 80%, 나머지는 경인 지역 ▲50명 미만 의대를 100명대로 확대 ▲지방 거점국립대 정원을 200명으로 확대 등 3가지 기준 외에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불투명한 배분 절차를 문제 삼아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의대 40개교 모두를 현장 실사 하지 않았다면서 '깡통 실사'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현장실사 관련 질문에 "서류 검토로써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에 대해선 추가 조사를 안 했다"며 "현장조사는 필요성이 있는 기관에 한정했고, 14개 기관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의대생과 학부모, 수험생들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복지부의 의대 정원 증대와 배정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이들은 정부가 서울 지역 의대에 정원을 단 1명도 주지 않은 점을 두고 '역차별'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미 서울 지역은 지역적으로도 최상의 의료여건을 갖추고 있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형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맞섰다.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지난해 3.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에 육박하지만 경기는 1.80명, 인천은 1.89명에 불과한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을 살펴도 서울이 0.9명인데 반해 인천은 0.3명, 경기는 0.1명이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배정 결과에 더는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반발을 고려한 대학별 정원 반납 여지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확충을 위해 조만간 국립대별로 교수 증원과 시설, 실습공간, 설비와 기자재 등에 대한 수요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의대의 지역인재 선발전형도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60% 이상을 맞출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며, 오는 5월까지는 신입생 모집요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해부 실습도 제대로 못할 것"…의료계 심야 회의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19일)까지 학칙상 요건과 절차를 지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 수는 누적 8360명으로 전체 44.5%에 이른다.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휴학 신청을 제외했음에도 그 규모가 절반에 이르고 있다.
의대협은 "휴학계를 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반려 시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쳤다"며 "해외 의사 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사단체들도 이날 2000명 증원과 대학별 배분 조처를 철회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의대 임상교육은 파탄 나고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의사가 배출되며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전공의 수련체계는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온라인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올려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터라 한 달을 넘기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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