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예상 못한 충격의 마이너리그행… 침통한 고우석은 “준비 잘하겠다”, 감독은 격려했다

김태우 기자 2024. 3.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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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에이고는 20일 LA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26인의 개막 로스터를 발표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13명의 투수 엔트리를 발표했는데 고우석이 이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연합뉴스
▲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데뷔의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왔으나 정작 들은 소식은 마이너리그 강등이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 2+1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한 고우석(26‧샌디에이고)이 시작부터 시련을 맞이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의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왔으나 정작 들은 소식은 마이너리그 강등이었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고우석은 아쉽지만 받아들이고 더 좋은 모습을 위해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출발이 꼬인 가운데 고우석이 언제쯤 메이저리그로 올라갈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올라갈지 주목된다.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는 20일 오전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에 출전할 26인 로스터, 즉 2024년 각 팀의 개막 로스터를 확정했다. 김하성,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등 아시아 선수들이 대거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딱 한 명, 고우석만 26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13명의 투수 엔트리를 발표했는데 고우석이 이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조니 브리토, 다르빗슈 유, 에니엘 데 로스 산토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마이클 킹, 스테픈 콜렉, 조 머스그로브, 로버트 수아레스, 랜디 바스케스, 톰 코스그로브, 마쓰이 유키, 애드리안 모레혼, 완디 페랄타를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선수로 낙점했다. 불펜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고우석은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에니엘 데 로스 산토스 등과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서울시리즈 참가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온 고우석인데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것이다.

사실 시범경기 성적이 부진하기는 했지만 고우석은 어쨌든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샌디에이고의 불펜 전력이 아주 강력한 것도 아니고,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2+1년 계약을 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고우석의 연봉은 샌디에이고 불펜에서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팀이 그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데려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실제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고우석은 로베르트 수아레스, 마쓰이 유키, 완디 페랄타와 더불어 마무리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못해도 이 네 명이 이룰 필승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시범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개막 로스터에는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의 판단은 냉정했다. 고우석이 아직 자신의 구위를 찾지 못했다고 봤다. 고우석은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엘 파소로 할당됐다. 일단 이곳에서 구위를 끌어올린 뒤 메이저리그 진입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2025년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지만, 첫 해인 올해는 없다.

실트 감독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개막전을 앞두고 나선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우석 선택이 어려웠지만 팀과 고우석을 위해 모두 필요한 조치였다고 역설했다. 이제 시범경기가 아닌 162경기 정규시즌에 포함되는 개막전을 벌이는 만큼 가장 좋은 선수를 선택해야 했고, 고우석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봐야 선수만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차라리 조금 더 몸을 만들어 좋은 컨디션 속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봤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실트 감독은 “고우석에게 어려운 시간이 됐을 것이다”며 고우석의 상실감을 헤어란 뒤 “투수진을 꾸리는 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불펜에서 투구하는 것을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빌드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개막 하고 나면 팀에 도움이 될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실트 감독은 고우석에 대해 "투수진을 꾸리는 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불펜에서 투구하는 것을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빌드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개막 하고 나면 팀에 도움이 될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실트 감독은 고우석에 대해 "고우석에 대해 캠프에서부터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개선할 점은 있다. 최선의 컨디션을 찾는다면 다시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연합뉴스

실트 감독은 고우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느냐는 질문에는 “계속 열심히 노력하라고 전했다.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 AJ 프렐러 단장과 대화하면서 고우석에 대해 캠프에서부터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개선할 점은 있다. 최선의 컨디션을 찾는다면 다시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준비를 잘 한다면 언제든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위로다.

◆ 촉박했던 일정→시범경기 부진→로스터 탈락… 고우석,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일단 미국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선수단과 동행하는 고우석이다. 현재 샌디에이고는 26명의 개막 로스터 선수 외에 5명의 택시 스쿼드를 운영하고 있다. 고우석은 21일 서울시리즈 2차전이 끝나면 동료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 다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20일 고척스카이돔에도 나와 훈련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이곳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지만, 아직 2년의 계약이 남아있다. 고우석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앞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고우석은 어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로스터 결정에 앞서 선수에게 통보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고우석은 “감독님이 잘 준비해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서 “예상을 못하고 도전한 것도 아니고,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잘 준비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는 “모든 부분”이라고 답하면서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을 미정이라고 말한 고우석은 미국에 들어가서 일정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끼면서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고 해도 사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다.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은 주위의 회의적인 시선도 물리치고, 순수하게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꿈을 품고 포스팅 절차에 나서 극적으로 그 꿈을 이뤘지만 결과적으로 첫 출발이 좋지 않다.

한국 최고 클로저라고 했지만 사실 인상적인 활약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잘 던진 날보다는 그렇지 않은 날이 많았고, 게다가 많은 경기에서 출루를 허용하며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3⅓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6실점 평균자책점 12.46, 피출루율 0.364, 이닝당 출루 허용율(WHIP) 2.31의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한 경기 대량 실점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WHIP가 2.31이라는 것은 불펜 투수로서는 완전히 낙제였다. 고우석답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출발 자체가 늦었던 고우석은 지난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 등판해 첫 시범경기를 치렀다. 이날 고우석은 1이닝 동안 1피안타를 내줬지만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4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는 1이닝 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첫 실점이었다.

▲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3⅓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6실점 평균자책점 12.46, 피출루율 0.364, 이닝당 출루 허용율(WHIP) 2.31의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연합뉴스
▲ 고우석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부진하며 모든 게 미궁으로 빠졌다. 샌디에이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는 고우석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고우석은 7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는 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런데 그런 고우석의 흐름이 완전히 깨지는 경기가 있었다. 바로 11일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만 잡아내고 강판된 것이다. 제구 난조를 보인 데다 홈런과 장타까지 허용하는 등 고우석은 이날 ⅓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물론 이날 수비 실책성 풀레이가 두 개나 나오며 실점이 불어난 점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오히려 플러스 점수가 될 수 있었는데 이날 그렇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이날 경기 후 “고우석이 6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얻으면서 5점을 내줬다”면서 “지난 5시즌 동안 KBO리그 세이브 순위를 선도했던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를 맞이했으나 오늘 경기에서 볼넷 하나를 포함해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까지 모두 맞았다”며 충격적이었던 하루를 묘사했다. 그전까지 고우석은 주로 경기 막판에 등판했고, 그래서 주축 선수들이 경기 중반 들어간 뒤 교체로 들어간 마이너리그급 선수들과 주로 상대했다. 하지만 LA 에인절스전은 첫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부터 대다수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수준 차이가 있었다. 고우석이 이 수준 차이를 실감하기 시작하지 않았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래도 마지막 등판이었던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그리고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개막 로스터 진입에 대한 꿈을 부풀렸다. 하지만 이를 가늠할 수 있었던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부진하며 모든 게 미궁으로 빠졌다. 여기서 샌디에이고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판단과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우석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도 고우석은 부진했다. 친정팀 LG와 경기에서 옛 동료에게 홈런까지 맞고 무너졌다. 5-2로 앞선 9회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1사 후 이재원에게 홈런을 헌납했다. 153㎞짜리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렸는데 팀 후배이자 힘이 좋은 이재원이 이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옛 후배가 야속할 수도 있었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고우석은 이후 후속타자 손호영을 삼진, 구본혁을 3루 직선타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켜냈지만, 최종 모의고사에서 2실점을 해 불안하게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에게 마이너리그행을 통보했다.

결국 시즌 준비가 아쉬움이 남는다. 고우석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운이 잘 따르지 않았다. 우선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 시한 직전까지 가는 협상 탓에 상대적으로 소속팀 결정이 늦었다. 일단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비자 발급이었다. 당초 고우석은 최대한 빨리 미국으로 들어가 시즌을 준비한다는 계획이었다. 첫 시즌에 적응할 것도 많고 구위도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 팀 구성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당초 구상보다 출국이 늦어졌다.

▲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고우석의 능력에는 의심을 하고 있지 않으며, 고우석이 마이너리그에서 예열을 마치면 언제든지 메이저리그로 부를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연합뉴스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이정후가 2월 1일 출국한 것에 비해, 고우석은 2월 9일에야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샌디에이고는 서울시리즈 때문에 타 팀에 비해 캠프 소집이 빨랐는데, 고우석으로서는 준비할 시간이 더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장거리 이동이었다. 한국에서 애리조나까지 가 바로 공을 던지는데 한국에서 아무리 준비를 잘했어도 컨디션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애리조나에서 시범경기 등판을 늦추며 최대한 몸을 만들려고 했으나 한 번 떨어진 컨디션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

여기에 애리조나에서 한창 컨디션을 올려야 할 시점에 다시 한국으로 장거리 이동을 했다. 또 컨디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스페셜게임에서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더 불리한 여건에서 캠프를 치른 셈이다. 실트 감독이 고우석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멘트는 이런 고우석의 험난한 일정 탓에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황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고우석의 능력에는 의심을 하고 있지 않으며, 고우석이 마이너리그에서 예열을 마치면 언제든지 메이저리그로 부를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서울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한 것,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아직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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