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엄포에 '제2의 라면값 인하' 나서나…마음 졸이는 식품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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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金)사과'가 상징하는 역대급 고물가로 민심이 크게 흔들리자 먹거리 물가 관리를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현장을 찾자마자 국내 최대 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이 밀가루 값을 낮추면서 다른 식품 회사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밀가루, 식용유에 이어 이를 활용해 만드는 라면, 빵, 과자 등 다른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가격 인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값을 내릴 만큼 여유가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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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만 내려, '인하 어렵다' 기류 감지
식품 기업 호실적, 더욱 낮춰야 지적도
정부가 '금(金)사과'가 상징하는 역대급 고물가로 민심이 크게 흔들리자 먹거리 물가 관리를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현장을 찾자마자 국내 최대 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이 밀가루 값을 낮추면서 다른 식품 회사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밀가루, 식용유에 이어 이를 활용해 만드는 라면, 빵, 과자 등 다른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가격 인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값을 내릴 만큼 여유가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에 이어 주요 제분 기업인 삼양사, 대한제분은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얼마나 낮출지 내부 검토 중이다.
정부가 식품업계를 겨냥한 건 ①13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9개 식품 기업과 가진 간담회에서 출발한다. 한 차관은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한 식품 가격이 지속하는 걸 보고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회의에 참석한 각 사 대표를 직격했다.
②윤 대통령이 18일 "과도한 가격 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 대응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자 식품업계는 잔뜩 긴장했다. 특히 "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먹거리 가격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에 더해 ③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CJ제일제당 등 설탕 업체 세 곳에 벌인 현장 조사는 구두 경고를 넘은 실력 행사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6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이 라면, 과자 가격을 낮추기 전 있었던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다시 연출되는 셈이다.
식품업계 "가격 인하 여력 없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당장 가격 인하의 대상으로 삼은 품목은 밀가루, 식용유다. 밀가루, 식용유 원료인 국제 밀과 유지류 가격은 2022년 초 터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급등했다가 지난해 안정세를 찾았다. 전쟁 발발 이후 식품 기업이 단행한 밀가루, 식용유 가격 인상 요인이 사라졌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식용유 가격을 각각 2022년 4월, 7월에 올렸다. 식용류를 취급하는 기업은 CJ제일제당 외에 사조대림, 오뚜기 등이 있다.
다른 식품 회사들도 마음 졸이고 있다. 밀가루, 식용유는 부재료로 라면, 빵, 과자 등 많은 가공식품에 쓰이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처럼 가격 인하를 공언한 기업은 아직까진 없는데 정치권 상황과 여론을 살피는 분위기다. 밀가루, 식용유 가격이 내렸더라도 인건비, 다른 원재료 인상 등을 감안하면 인하는 쉽지 않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식품 회사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물가를 강조하고 있어 식품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하지만 제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원자잿값이 여전히 높아 가격 인하를 섣불리 결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식품업계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만큼 제품 가격을 더욱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식품부 집계 결과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된 식품 기업 37개 중 23개는 전년 대비 영업 이익률이 좋아졌다. 허선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간사는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했듯이 인하 시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91705000531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316500004078)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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