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검사와 경찰관이 정치로 향할 때

기자 2024. 3.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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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오직(汚職·직권남용 등으로 직책을 더럽힘) 등이 원인이 된 스캔들이 발생한 때, 일시적으로 정치적 진공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1988년 6월 일본에서 발각된 ‘리크루트 사건’이다.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정보지를 발행하던 리크루트라는 회사의 회장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정치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상장 차익이 예상되는 비상장 주식을 양도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를 받은 상대방에는 당시의 다케시타 총리는 물론 미야자와, 아베 등 자유민주당의 유력한 총리 후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임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된 것이 고토다 마사하루(1914~2005)였다. 고토다는 도쿄제국대학 재학 중이던 1938년 고등문관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내무성에서 관료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그리고 1969년부터 3년간 경찰청 장관으로 재직하며, 당시 활발했던 극좌 집단에 의한 테러와 폭동 등을 해결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퇴직 후인 1976년에는 중의원 의원에 당선되었고, 자치대신, 총무청 장관 및 내각관방장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이처럼 출중한 학력과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파벌이나 정치자금 문제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던 고토다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고토다는 총리에 취임하기를 권유하는 주변의 요청을 거절했다. 건강이나 나이 등의 문제를 들기도 했지만, 그가 첫 번째로 내세운 이유는 자신이 경찰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형사절차란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기 위한 수사·기소·재판이라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그런데 범죄는 매우 이례적이고 특이한 현상을 대상으로 하므로, 그것이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범죄의 주체인 범죄자는 일반적인 규범에서 일탈한 존재로, 역시 전형적이고 평범한 시민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형사절차에 관여하는 판사, 검사 및 경찰관은 이와 같은 범죄와 범죄자라는 준거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형사절차가 이미 발생한 규범의 일탈이라는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소극적 국가작용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정치는 미래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적극적 국가작용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영역은 형태, 대상 및 내용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절차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한정적인 관찰과 경험을 지닌 엘리트가 이를 일반화하여 정치에 적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정치의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형사절차의 관여자가 정치의 영역으로 전향(轉向)하는 것은 과거의 직무 수행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진국에서는 판사, 검사 및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사람이 퇴직과 함께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이 여러 명 등장했다. 일부는 국정 최고 책임자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내세우기도 했고, 극단적으로는 검사라는 신분을 보유한 채 공천을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한편 경찰관 출신으로는 어떤 정책에 관한 조직 내부의 운동을 주도했다거나, 혹은 남다른 패션 감각의 소지자라는 이유로 쉽게 공천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 어느 쪽이거나 모두 미래에 대한 비전, 확고한 정치적 신념, 유권자와의 유대 관계와 같이 정치인에게 필요한 소질을 갖추고 있는지는 심히 의문이다.

정치인이라면 모두가 희망하는 총리의 자리를 목전에 둔 고토다가 이를 고사했던 것은 결국 자신이 종사했던 직역에서 거둔 직업적 성취가 정치의 영역에서 일정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최종호 변호사

최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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