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선 위에 외국인 노동자 숙소…업주 편 든 노동청
[앵커]
전남 여수의 한 양식장 업주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정식 숙소를 제공하지 않고 바다 위의 바지선에서 생활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관할 지방노동청이 업주를 편들고 나서 말썽을 빚고 있습니다.
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여수의 한 가두리 양식장.
바지선 위에 설치된 비좁은 공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스레인지 불에 손을 녹입니다.
화장실도 없고 바람에 흔들려 편안히 쉬기도 어렵습니다.
스리랑카 노동자 A씨는 2022년 11월부터 다섯 달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일했습니다.
[샤나카/스리랑카공동체 대표 : "기숙사 완전 더럽고요, 사람 살지 못할 만큼 더럽고, 음식도 안 갖다주고 마실 물도 안 갖다줘요. 벌레도 많았어요."]
견디다 못한 A씨는 바지선에서 빠져 나와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양식장 업주가 오히려 A씨가 무단 이탈했다며 신고하자 노동청은 업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현장 조사도 없었습니다.
결국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권익위가 실태조사에 나선 뒤에야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수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사업주가 자신의 집에 근로자 숙소가 마련돼 있고, 양식장 특성상 바지선도 숙소로 쓰고 있다고 말해 잘못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권익위는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폭 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개선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습니다.
KBS 뉴스 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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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기자 (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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