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참모 설득에 황상무 사퇴 수용…한동훈 “민심 절실히 반영”

장관석 기자 2024. 3.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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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조기 귀국과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사퇴를 수용한 것은 4·10 총선을 21일 앞두고 당정 충돌을 최소화해 ‘여당 수도권 위기론’을 수습하려는 의도다. 이 대사와 황 수석을 향한 야권의 파상 공세로 여당 수도권 총선 전략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2차 충돌은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공동운명체”라고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 尹 ‘법적 문제’ 강조하다 참모진 설득에 수용

대통령실이 출입 기자단 단체 알림방에 “윤 대통령이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공지한 것은 이날 오전 6시 49분. 불과 이틀 전 오후 “황 수석 자진 사퇴론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지한 것과 180도 다른 결론을 이른 아침에 발표한 것. 여당에 불리해지는 총선 정국 흐름을 한시라도 빨리 충돌에서 봉합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다.

“법적, 논리적 문제가 없다”며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의 조기 귀국에 부정적이던 윤 대통령이 끝내 이를 수용한 것은 “총선에서 패배하면 끝”이라는 한 위원장의 위기론을 받아들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사흘 전만 해도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전 홍보수석, 캠프 수행실장이던 이용 의원 등의 ‘황 수석 사퇴-이 대사 조기 귀국’ 입장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게는 직접 전화해 진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논리와 정합성을 갖고 판단하는 입장에서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는 쪽으로 마치 ‘토끼몰이’를 하는 분위기가 되다보니 수습이 더 꼬였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지난주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18일 자진 사퇴에 선을 그은 다음날에도 한 위원장은 19일에도 “내 입장은 그대로”라며 총선 앞 용산의 결자해지를 압박했다. 용산 참모들은 “선거 민심과 국민 정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윤 대통령을 설득했다. 19일 밤까지도 아슬아슬한 기류가 계속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20일 새벽 사의 수용을 택한 것이다.

이 대사가 2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국 공관장 회의, 5월 한-호주 국방외교 2+2 장관회의 사전 조율을 명목으로 돌아오는 것도 사실상 여당 요구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사가 귀국한 뒤에는 6개월간 출국금지를 걸어두고서도 아무런 수사를 진행치 않았던 공수처가 난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尹, 韓 요구 받아들인 모양새

ⓒ뉴시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안양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황 수석이 오늘 사퇴했고 이 대사는 곧 귀국한다”며 “저희는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절실하게 민심에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끝에 느껴지는 민심의 작은 온도까지도 무겁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수도권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선거 승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폭주하는 이재명 사당과 통진당 종북세력이 이 나라 주류 세력을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대야 공세에 나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여권이 패배하면 사실상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 후보들에게선 “다 죽을 지경인데 만시지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 등 여당의 요구를 대통령실이 수용하는 모양새가 형성되면서 향후 당정 무게추가 당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당의 건의를 수용했지만 총선 전략과 여당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 공천 결과를 둘러싼 실망과 갈등이 누적되면서 향후 더 큰 충돌이 잉태되고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 3년이 더 남은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 중 가용 가능한 권력 자원은 대통령이 훨씬 크다”며 “총선 뒤 윤 대통령이 그간 한 위원장에게 보여 온 불만의 ‘뒤끝’을 내비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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