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75원 대파’ 소동 부른 윤 대통령 행차, 국민 고통과 멀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그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은 한 편의 부조리극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경제 부처 관료들은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를 잡는 데 윤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가슴에 또 한번 염장만 지른 꼴이 됐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물가를 살피기 위해 찾은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나왔다. “지난해 생산량 부족으로 대파가 1700원 정도 하는데 (현재) 875원에 판매 중”이라는 하나로마트 관계자의 설명에 윤 대통령은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값이) 싸기 어려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가 “농협에서 자체 예산을 투입해 판매 가격을 낮춰 다를 수 있으나, 정부 할인지원 제도는 재래시장도 적용된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나도 시장을 많이 가봤는데,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대파 한 단의 가격은 4000원이 훌쩍 넘는다. 전국 어디를 가도 한 단에 875원 하는 대파는 찾아볼 수 없다. 그 하나로마트 매장도 일주일 전까지는 대파를 2760원에 팔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 방문 일정이 정해지자 1000원으로 가격을 내리고, 윤 대통령 방문 당일 875원으로 가격을 더 낮췄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금 2000원에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 정부 할인쿠폰 30%(375원)가 더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의 행차에 맞춰 대파 가격을 일시적으로 대폭 낮춘 하나로마트도 우습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파 가격 875원을 놓고 합리적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북한 같은 폐쇄적인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875원 대파’를 단순 우발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공무원과 하나로마트 관계자부터 징계해야 한다. 대통령이 물가 점검을 나섰으면 실제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대파값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도 잘못돼 있다. 그 가격이면 소비자들은 좋을지 몰라도 대파 재배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차를 멈춰야 한다. 국민은 ‘쇼’에 넘어가는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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