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횡단보도에서 자동차 눈치를 살펴야 하나요 [왜냐면]

2022년 11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송현동 안국동사거리에서 도로교통공단 주최로 보행자와 운전자 간 소통을 통해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한 ‘횡단보도 손짓 캠페인’이 열려 모델들이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지 |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또는 차량과 눈치싸움을 하며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넌 경험이 있는가?

2022년 도로교통법 제27조가 개정되며 현행법에는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보행자는 제13조의2 제6항에 따라 자전거 등에서 내려서 자전거 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 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

즉,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대기할 때 차량이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없는 곳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도로교통법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는 종종 유럽의 것이 논의된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차량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운전자는 도로로 진입할 때에나 교차로에서 회전할 때 보행자가 보일 경우 반드시 멈추어야 하며,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에도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 만약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면, 반드시 차량이 멈추어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되거나 추가 교통 교육 시간이 부여되는 등의 처벌을 받는다. 심지어 면허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무사항과 규칙에 대해서는 면허를 따는 과정에서 상세히 교육을 받는다. 필자의 리투아니아인 지인 또한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처벌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사람이 횡단보도를 보행할 때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 교통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이와 더불어 리투아니아의 도로교통법은 보행자의 책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하고 있다. 보행자의 보행 방향, 횡단보도 진입 방식, 유아와 함께하는 보행자의 행동 등에 대해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도로교통법 또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우선하는 법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개정안이 사회에 완전히 정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세부적인 시행세칙과 교통교육 방식 등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