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별 증원 확정한 정부, 환자 우선한 파국 대책 세워야
정부가 현재보다 2000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정부가 발표 일정을 당긴 것이다. 증원된 인원을 대학별로 할당함으로써 내년 입시부터 사실상 증원을 확정·공식화하려는 뜻이 보인다. 하지만 퇴로가 막힌 교수들까지 가세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의·정 대치는 파국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거점 국립대 등 비수도권에 1639명(82%), 경기·인천 지역에 361명(18%)을 배정됐다. 서울 소재 의대에는 신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은 늘어나는데 교육 여건을 제때 갖출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내세운 지역 의료 격차 해소라는 명분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의료계는 일방적인 증원 발표에 대정부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재자를 자처하던 교수들도 이날 증원 철회 성명을 냈다. 여기에 이탈한 전공의들 처벌까지 시작되면 의료계 집단행동이 격화되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공백 사태가 한 달을 넘겨 환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도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19일 오후 6시 기준 한 달간 총 1588건의 피해상담이 접수됐다. 그나마 큰 불상사가 없는 것은 자정 작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증 환자들이 상급 병원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인 교수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나게 되면 수습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2000명 숫자 지키기와 속도전에만 몰두하느라 환자들의 고통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 환자 우선의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 파국만큼은 막아야 한다.
강 대 강 대치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는 의료계와 정부 모두 안타깝다. 애초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한 것이었기에 정부·의료계 모두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한 명도 못 줄인다’는 입장을 접고 이 사태의 출구를 열어야 한다. 의료계 역시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실효적인 숫자·로드맵을 협의해야 한다. 의·정 모두 이번에도 의료개혁이 헛발질로 그치면 그 피해만 국민 몫으로 남는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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