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vs 기자’ 출신… 1번 공약은 모두 “경인전철 지하화” [심층기획-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김승환 2024. 3. 20. 1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동·미추홀갑 '심재돈 vs 허종식'
인천 대표적 원도심지 개발공약 관심
유권자들 “도로 좁고 교통 불편 문제”
‘검핵관’ 심, 尹대통령과의 인연 강조
‘사법리스크’ 허, 정권 심판론으로 맞서
“아무래도 여기가 구도심이라 주거나 재개발 문제에 관심이 가죠.”

20일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에서 만난 동·미추홀갑 유권자 함민수(69)씨는 기자에게 지역 현안에 대해 “아직 어느 정권에서도 (우리 지역구에) 뭐 해 준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추홀구 토박이라는 함씨는 “옛날에 노태우 대통령 때 주택 200만호 공급한다고 할 때 여기도 난리가 났는데 그때 순 빌라 위주로 급조됐다”며 “지금 세월이 흘러서 도로도 좁고 교통도 불편하고 문제가 많다”고 했다.

동·미추홀갑 선거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이다. 인근에 송도·청라 국제도시가 있는 만큼 정치권은 언제나 동·미추홀갑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개발 공약을 그간 내놨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심재돈 예비후보가 모두 ‘1번 공약’으로 발표한 건 경인전철 지하화다.

다만 두 후보가 이 공약을 두고 강조하는 지점엔 차이가 있다. 허 후보는 21대 국회에서 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을 발의해 통과시킨 걸 부각하고 있다. 허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인전철 지하화 요구는 2004년쯤부터 나왔고 저희가 약 2년간 준비를 거쳐 국회에서 근거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켜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최근 들어 전국에 걸쳐 철도 지하화를 얘기하면서 전국 현안이 됐지만 경인전철 같은 경우 저희 지역구를 3분의 1 이상 지나는 만큼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집권 여당 후보로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의 1차 선도 사업 지정을 공약한 상태다. 실제 특수부 검사 출신인 심 후보는 윤 대통령과 론스타 사건 등을 함께 수사해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심 후보 캠프 관계자는 “허 후보의 법안 발의도 나름 성과라 하겠지만, 저희가 볼 때는 이제 이 사업을 정부가 1차 선도 사업으로 지정하는 게 제일 큰 숙제이고, 윤 대통령과 한솥밥 먹은 사이인 저희 후보가 직접 담판을 지어서라도 그 숙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 맞추고 국민의힘 심재돈 인천 동·미추홀갑 예비후보(오른쪽)가 최근 한 지역 행사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심재돈 예비후보 캠프 제공
기자 출신으로 인천시 대변인·균형발전정무부시장을 거쳐 21대 국회에 입성한 허 후보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수수 혐의로 최근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허 후보는 돈봉투 의혹 연루 의원 중 유일하게 민주당 공천을 따냈다.

허 후보 측은 기소를 두고 “검찰의 선거 개입”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역 내 반감이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미추홀구 주안동에 8년째 살고 있다는 50대 초반 이모씨는 허 후보에 대해 “사법리스크가 있으면 좀 자숙하다가 리스크를 벗고 정치에 나서는 게 맞다”며 “저는 그냥 국민의힘 찍을까 생각이 든다. 정권 잡고 있는 정부가 잘해 줘야 우리도 잘사는 거니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돈봉투 의혹으로 허 후보에 부정적인 이모(57)씨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저도 버틸까 말까, 올해 폐업할까 그만둘까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옷 장사를 30년째 했는데 이제 희망이 없다”고 정권 심판 투표 뜻을 드러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종섭 출국·황상무 회칼 발언’ 등 논란에 대해서도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이 모를 것 같아도 다 안다”고 말했다.

손 맞잡고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인천 동·미추홀갑 예비후보(오른쪽)가 최근 선거구 내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허종식 예비후보 캠프 제공
특히 양당 후보 캠프 모두 최근 이종석 전 국방부 장관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 후보 캠프 측은 “체감상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3월 초쯤 저희 쪽으로 판이 뒤집어졌다고 봤는데, 용산발 악재로 다시 접전 양상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 동·미추홀갑은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아 야당세가 비교적 센 것으로 평가되나, 20대 대선에서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47.80%)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47.13%)를 앞선 바 있다.

인천=최우석 기자, 김승환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