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대 증원 문제, 현장의 목소리는 없는가

김정구 가톨릭대 의대 교수 2024. 3.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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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한 갈등 양상이 갈수록 심화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수험생의 선호 1위 의대 정원 확대에 욕심을 내지 않는 대학 당국이 있을까? 결국 3월 4일 마감된 증원신청 조사에서 정부의 계획인 2000명을 훨씬 넘는 3401명 적어 냈다는 허망한 소식을 듣고 증원계획 제출 자제를 부탁하던 의대학장들은 연달아 사직서를 제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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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구 가톨릭대 의대 교수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한 갈등 양상이 갈수록 심화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전공의 4944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들어갔고, 이제는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어렵게 현장을 지키던 의대교수들도 사직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소위 이번 의사집단행동에 도화선이 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전공의의 지도와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로서 몇 가지 고민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미래 우리나라에서 의료인력의 적정성에 대한 명확한 예측은 없다. 이 문제의 본질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실제로 정반대의 의견이 서로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첨예한 갈등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우리에게 이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있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결정이 있었다고 가정을 해 보자. 이제 정말 중요한 단계가 남아있다. 증원의 규모와 방법을 구체화하는 절차이며 여기에 꼭 필요한 부분이 바로 교육 현장의 의견이다. 당연히 교육 현장의 큰 부분은 학생의 교육을 담당할 의과대학이다. 하지만 교육담당자인 의과대학은 정책의 흐름과 결정에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도 이미 두 차례의 증원에 대한 대학의 의견 청취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부분도 의대교수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다. 의과대학 당사자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최종 답변을 제출한 것은 대학본부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압박에 내몰리는 수도권 밖의 일부 대학에서는 정원 확대는 대학의 명운이 문제일 수 있다. 더욱이 수험생의 선호 1위 의대 정원 확대에 욕심을 내지 않는 대학 당국이 있을까? 결국 3월 4일 마감된 증원신청 조사에서 정부의 계획인 2000명을 훨씬 넘는 3401명 적어 냈다는 허망한 소식을 듣고 증원계획 제출 자제를 부탁하던 의대학장들은 연달아 사직서를 제출하고 하고 있다. 의견수렴이 본래의 목적을 떠나 오히려 학내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증원의 방법론을 고민함에 있어 양질의 의학교육은 필수적인 요소다. 정부의 발표대로 최소 10년을 내다보면서 준비를 해야 하는 한 사람의 의사가 사회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의학교육의 특수성과 별도로 부실한 의과대학의 폐해를 불과 수년 전에 경험한 의과대학과 교수들에게 의대 증원이라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찬반 여부를 떠나 사회적인 합의로서 증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던 의대 사회에 실현 가능성을 고려했는지조차 의심이 가는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는 당혹스럽기만 한다.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에 더해 2000명을 일시에 증원하고 그것도 당장 내년에 시행한다는 정부 계획에 의학교육 관련 단체들은 양질의 의학교육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논란이 되는 사회적 문제에서 하고 싶은 희망과 할 수 있는 현실을 명확히 구분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의무다. 의대학장의 연합체인 한국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는 350명의 증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이것이 2000명 증원이라는 정부의 희망에 대한 전문가의 현실 판단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의대 증원의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것은 교육의 주체인 의과대학을 설득하고 그 방법을 협의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만 명이 넘는 전공의의 의사면허 정지와 전국 단위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되면 중재를 자처하는 의대교수들의 노력도 소용이 없어진다. 진정으로 불안한 국민을 위한다면 서로의 입장에만 집착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김정구 가톨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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