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사직에도 '의대증원' 대못 박은 정부…'파국' 치닫는 의·정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대담 : 사회부 이은지 기자
[앵커]
전공의 집단이탈로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된 지 딱 한 달 만인 오늘(20일),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에 80% 이상의 정원을 몰아주는 의대증원 배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증원을 하더라도 '2천 명만은 제발 철회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청에 쐐기를 박은 건데요.
의사단체는 '윤석열 정부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의(醫)·정(政) 대치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샙니다. 자세한 내용, 보건복지부 출입하는 이은지 기자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이은지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정부서울청사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빅5' 병원 등 의대 교수들이 연이어 사직을 결의했는데도 결국 정부가 증원계획을 확정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까 3시간 전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낭독하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의대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의과대학 정원이 는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의료계 요구로 10%에 해당하는 351명을 줄여, 3058명으로 동결된 지 19년 만이고요. 지난달 6일, 정부가 증원규모를 2천으로 공식화한 지 43일 만입니다.
한덕수 총리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2천 명의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앵커]
네, 2천이란 규모도 규모지만 전국적으로 이걸 어떻게 배분할지도 큰 관심사였잖아요. 필수의료가 붕괴 위기인 비수도권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겠다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비수도권 의대엔 늘어난 정원의 82%인 1639명이 배정됐고요. 나머지 18%, 361명은 수도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도·인천 지역에 배분됐습니다.
서울대 등 8개 대학이 300여 명을 신청한 서울은, 정원이 단 한 명도 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의대 정원의 66% 수준(2023명)인 비수도권은 내년부터 72.4%(3662명)로 비중이 높아지게 됐고요.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거점 국립대 7곳은 모두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습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의료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은 지역적으로 최상의 의료 여건을 갖추고 있고, 빅5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상급종합병원들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정원이 50명 이하로 일명 '미니 의대'로 불린 경인권 의대들은 대부분 120명 이상의 정원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금번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높여 의료 약자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살든 국민 누구나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대학별 배정 규모는 기본적으로 학교가 신청한 규모를 상회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였습니다."
학교별 증원 규모는 대학의 교육여건과 졸업생의 지역 정주 등 지역·필수의료 기여도, 향후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부의 의도는 좋은데, 증원 배분 진행과정을 놓고 사실 '졸속'이란 지적도 좀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한순간에 급증한 이 정원을 감당할 수 있냐는 겁니다.
가령 충북대의 경우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불어나게 됐습니다. 서울대나 연세대 등 100명이 좀 넘는 서울 주요 의대를 훨씬 웃도는 수칩니다.
기초의학 교수를 포함해 임상실습 여건, 기자재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증원 인원의 적정성을 심사한 배정위원회가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거쳐 이같은 결정을 내놨는지가 일체 비밀에 부쳐져, '졸속 심사'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꾸린 배정위원회의 첫 회의는 지난 15일에야 처음 열렸고요. 교육부와 복지부, 전문가 등이 모였다는 점 외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결론을 다 정해놓고 회의만 소집한 '답정너' 아니냐, 혹은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자, 아예 배분까지 서둘러 대못을 박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의료계는 증원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란 입장이었으니까 반발이 클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요. 오늘 정부 발표에 대한 반응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료 붕괴'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오늘도 경찰 조사를 받은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엊그제(18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도 '마녀사냥식 개혁은 성공한 적이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장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정부는 불가역적인 정책을 군사정권처럼 밀어붙이지만 이제 불가역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건 한국의 필수의료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누가 봐도 명확합니다. 총선 때문입니다."
아울러 오늘부터 시작되는 의협 회장 선거도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 '강경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날도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만류한 정부는 여전히 의대 증원을 제외한 모든 의료개혁 의제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국민 건강권 확보와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내세운 의료개혁이 오히려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정부의 '뒷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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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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