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의대 정원’ 배분에 의료계 반발…“교육 생태계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

허인회 기자 2024. 3. 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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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를 20일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4개 단체는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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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성명 잇달아…“의사 교육, 후진국 수준으로…흑역사 서막”
대전협 등 4개 단체, 첫 회의 예정…공동 대응 방안 모색할 듯
의협 선거 이후 ‘총파업’ 카드 가능성…집단 휴원 이어지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0일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를 20일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 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료계는 이날 오후 온라인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분 배정안에 의사단체들이 연이어 비판 성명을 내놓고 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교육부 발표에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와 합의 없는 성급하고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의대 임상교육은 파탄나고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의사가 배출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까지 마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며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는 필수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과 지역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을 병원에서 내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성명서를 내고 "어느 의료 선진국에서도 의대 정원 추계 가구의 세밀한 조절이나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하는 나라는 없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의 입맛대로 법을 해석해 적용하는 초헌법적 조치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책 강행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이라며 꼬집었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 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며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배분 발표를 예고한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 '준비 안 된 의대 증원, 의학교육 훼손한다'라고 쓰인 손팻말이 붙여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속도전에 의사단체들은 공동 대응에 나설 모양새다.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4개 단체는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연다. 의사들을 대표하는 이들 단체가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은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미 전국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집단사직을 결의한 가운데 이들이 꺼낼 카드는 의료계 총파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의협 차기 회장 선출 이후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집단 휴원이나 단축 진료와 같은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후 의대정원 2000명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 결과 증원 인원은 서울 0명, 경인 361명 그 외 비수도권 1639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격차를 없애기 위해 비수도권에 약 80%의 정원을 우선 배정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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