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늦었다" 성토에… "2~3년내 반도체 1위 탈환"

윤선영 2024. 3. 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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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5기 정기주총'
주주들 '7만원대 박스권' 질타
경영진 "기대 못미쳐 죄송" 사과
기흥 R&D단지에 20조 집중투입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2022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고 앞으로 2~3년 내에 '반도체 세계 1위'를 탈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비롯해 주요 사업에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해 '7만 전자'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며 경영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사를 대표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과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향후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어든 399억달러로, 인텔(487억달러)에 이은 2위였다.

경 사장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약 5201억달러, WSTS 추정치)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6300억달러(약 84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메모리는 12나노급 32Gb DDR5 D램를 활용한 128GB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 적층 HBM 선행으로 HBM3·HBM3E 시장의 주도권을 찾을 계획"이라며 "또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GI(범용인공지능) 추론 칩 '마하1'을 연말부터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주가 관리 대책을 요구하며 쓴소리를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소액주주가 지난해 100만명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HBM 등 반도체 초격차 주도권을 빼앗긴 경영진들을 비판했다. 주주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 수가 전년 대비 100만명 이상 떠난 이 시점에 임원진들은 사퇴할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다", "이병철 회장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지금 앞에 있는 임원분들이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있겠나", "적자인 SK하이닉스보다 흑자가 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더 나쁘다"는 등 쓴소리를 했다.

이에 한 부회장 등 경영진 13명은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반도체 시황과 IT(정보기술)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지난해 사업을 잘 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겠다"면서 "구체적인 액수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기흥 R&D(연구개발)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기술 리더십 강화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경 사장은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 배로 키우고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R&D 투자에서 얻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 체질 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확보한 재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는 AI(인공지능)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디바이스 지능화를 추진한다. DX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한 부회장은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해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펼쳐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XR(확장현실) 등 갤럭시 전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전개해 나간다. 전사적 AI 역량을 고도화해 차세대 전장, 로봇, 디지털 헬스 등 신사업 육성도 적극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상생 활동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도 선보였다.

한 부회장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AI, 고객 경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의 혁신을 이어가고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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