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비수도권 1639명·서울 0명…"머리 좋은 갈라치기" 반발(종합)
거점 국립대 200명, 소규모 의대 100명
의사들 강력 반발…"절대 수용 못해"
[더팩트ㅣ김영봉·장혜승·조소현·황지향·이윤경 기자] 정부가 당장 내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2000명 중 82%는 비수도권에, 나머지 18%는 경기·인천에 배정됐다. 서울은 한 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의사들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증원에 따른 대학의 교육 인프라 구축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면서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비수도권 1639명·경인 361명↑
교육부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늘어나는 정원 2000명 중 1639명(82%)을 비수도권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361명(18%)은 경인에 배정했다. 서울 8개 의대에는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원 2023명에서 3662명까지 늘어난다. 경인은 현원 209명에서 570명으로 증가한다. 서울은 기존대로 826명을 유지한다. 교육부는 "서울과 경인 간 의대 정원 불균형과 의료여건 편차 극복을 위해 경인지역에 집중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거점 국립의대는 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거점국립대 9곳 중 강원대(132명)와 제주대(100명)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충북대가 가장 많은 151명 늘어났다. 이어 경상국립대는 124명, 경북대·충남대는 90명, 부산대·전남대는 75명 증원됐다. 전북대는 거점국립대 중 가장 적은 58명 증가했다.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의 경우 경인에서 가천대가 90명 증원돼 130명까지 늘었다. 성균관대와 아주대는 80명씩 늘어난 120명이 됐다. 차의과대는 40명 증원으로 80명, 인하대는 71명 증원으로 120명을 확보했다.
울산대(120명)와 동국대 경주캠퍼스(120명), 단국대(120명), 가톨릭관동대(100명), 동아대(100명), 제주대(100명), 건국대 충주캠퍼(100명), 건양대(100명), 을지대(100명), 대구가톨릭대(80명) 등도 정원 100명을 넘기면서 소규모 의대를 벗어나게 됐다.
이외에도 대학별 내년 배정 정원은 △순천향대 150명 △조선대 150명 △원광대 150명 △계명대 120명 △영남대 120명 △연세대 분교 100명 △한림대 100명 △인제대 100명 △고신대 100명 등이다.
교육부는 "소규모 의대는 적정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했다"며 "비수도권 의대도 지역의료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여건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규모를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고 부연했다.
◆ 의대 교수들 "2000명 교육할 수 있나" 우려
정부가 2000명 증원에 마침표를 찍자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은 즉각 반발하며 배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의대 학생 정원 2000명 증원배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비수도권에 1639명(82%), 수도권에 361명(18%)을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권역중심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전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올바른 의사교육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 대표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정책 강행을 규탄했다.
의대 교수들도 정부 발표에 걱정을 토로했다. 서울 모 의대 교수는 "참 머리 좋은 갈라치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오후에 다시 상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00명 증원에 따른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며 "과연 대학들이 그만한 교육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80명 늘어나면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할 상황이다. 교수들도 더 필요하고 실습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며 "이대로 진행되면 교육이 질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모 종합병원 교수는 "2000명 고수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으면 전공의들이나 의대생들 복귀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에서 결국 강행하면서 굉장히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남은 교수들 번아웃이 심하고 피해를 보는 국민들도 생길 텐데 장기화하면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긴급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강구한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원래 정부가 주장하던대로 마음대로 배정한 것이라 논평할 가치가 있나 싶다"며 "오후 긴급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정부가 대화를 요청한 적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화"라며 "4개 단체가 협의하면서 정부와 마음을 터놓고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강한 의지로 교육 여건 개선 최우선적 지원"
확대된 의대 정원이 당장 내년도 입시부터 반영되는 만큼 신입생 증원에 따른 교육 인프라 및 교수 확대 등 각종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100명 넘는 인원이 늘어난 학교의 교수진 확보나 실습 시설 등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인증을 받아야만 유효한 의과대학으로서 성립이 된다"며 "평가인증 기준에서 검토를 했을 때 교원이나 시설이나 기자재 등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했다. 교수요원이나 또는 시설 부분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대학은 입학을 하면 2년은 예과 과정이고 본과는 2년 후에 진행이 돼서 추가로 투자가 필요한부분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의대정원 증원에 필요한 의대 교육여건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교육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력하고 대학의 교원 확보와 시설 확충을 지원한다.
국립대 의대에는 2027년까지 전임교원을 확충하고 배정인원 규모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교원, 시설, 실습공간, 설비·기자재 등 대학별 수요를 조사해 예산에 반영한다. 사립대학에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에 대해서 박 차관은 "보통은 펠로우(전임의) 과정이 끝나고 임상교수, 기금교수, 전임교수 이런 단계로 밟아서 올라가게 되는데, 이번에 전임교수에 대한 TO(정원)가 확보되면 기존에 계신 기금교수들이 전임교수요원이 될 것"이라며 "기금교수의 자리에는 임상교수들이 또 올라설 수 있게 되고, 임상교수 자리에는 다시 펠로우들을 또 올릴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대생 집단 유급에 따른 혼란에 대해서는 "계속 설득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동맹휴학이 집단 유급으로까지 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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