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날짜 잡은 여친 '190여차례' 찔러 숨지게 한 20대男···"우발적? 말도 안돼" 딸 잃은 모친의 절규

이종호 기자 2024. 3. 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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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화면 캡처
[서울경제]

"190여회나 찔렀는데 어떻게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이해되질 않습니다"

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에게 흉기로 190여회 이상 찔려 잔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가족이 20일 법정에서 가해자가 합당한 죗값을 받기를 탄원했다.

이날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8)씨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진술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모친은 "가장 억울한 건 1심 판결"이라고 운을 뗐다.

피해자의 모친은 "1심 판결문에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피고인 사정만 전부 받아들여졌다"며 "프로파일러 분석은 인용되지 않고, 피고인의 진술만 인용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족구조금을 받았는데, 이게 양형에 참작된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가 저를 배신하고, 국가가 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의 모친은 피고인을 향해서도 "○○야, 네가 죗값 달게 받고 나오면 너 용서할게. 제대로 죗값 받고 나와. 벌 달게 받고 나와"라며 거듭 다그쳤다.

피해자의 모친은 진술 내내 흐느꼈고, 인정신문이 이뤄질 때부터 흐느꼈던 피고인 역시 눈물을 쏟았다.

곧장 결심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공판 검사는 "부검 서류를 봤는데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피해자가 이렇게 죽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징역 25년 구형도 개인적으로 적다고 생각하지만, 수사 검사 판단대로 25년형을 내려달라"고 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이전에 두 사람 간 특별한 싸움이나 갈등이 없었다"며 "이웃 간 소음과 결혼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왜 범행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살인) 행위가 끝나고 자기 목을 찔러 죽으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전에 폭력 성향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A씨가 범행 뒤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을 근거로 자수감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A씨는 최후진술을 위해 쪽지를 준비해왔으나 계속 흐느낀 탓에 법정에서 진술하지 못한 채 재판부에 쪽지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7월 24일 낮 1시께 A씨는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동거 여성인 20대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 회 이상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혼 날짜를 잡고 B씨와 동거 중이던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직후 A씨는 자해하고 112에 신고해 범행 사실을 알렸다.

당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후 의식을 되찾은 A씨는 수사 끝에 법정에 섰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 후 유족은 한 방송에 출연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의 모친은 JTBC 사건반장을 통해 “프로파일링 조사에서 가해자가 ‘회사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집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은 가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는 거다”라며 “가해자가 범행 장소인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탄 시간과 범행 후 경찰에 신고한 시간을 계산해보면 20분 만에 살해와 가해자의 자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있었던 이웃들은 사건 일주일 전에 이사한 상황이었고 딸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건 가해자의 주장일 뿐”이라며 “도대체 왜 살해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심 판결 후 검찰은 1심의 양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기각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 역시 양형부당 주장과 함께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장을 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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