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초기 감기에 좋은 `생강`

2024. 3. 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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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

다소 쌀쌀한 봄날에 적합한 한방차를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 생강차를 추천하겠다. 알싸한 맛의 생강은 몸을 훈훈하게 하고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생강 특유의 향기로운 매운 맛은 여러 가지 요리에 빼어놓을 수없는 소재로 많이 활용돼왔지만, 그와 함께 질병 퇴치로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다. 나쁜 냄새를 잘 제거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입맛을 돋우고, 구토와 가래, 기침을 다스린다'라고 기록돼 있다. 또 16세기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李時珍)이 펴낸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생강은 백가지 나쁜 기운을 방어한다'라고 쓰여져 있다.

생강은 생활에서 생선이나 고기의 냄새를 제거하는 양념으로 많이 사용되고, 주로 차로 끓여 마신다. 생강을 얇게 저며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뜨거운 물에 띄워 먹거나 끓여 먹는 생강차는 오한과 발열이 나타나는 초기 감기에 좋은 처방이다. 이때 양파를 같이 넣어도 좋은데, 매운맛이 너무 강하면 대추와 감초를 약간 넣어 마시는 것도 괜찮다.

생강차를 마셔보면 매운 맛이 나면서 마신 후 몸에 열감을 느낄 수 있다. 생강의 매운 맛은 체내 습기를 발산 시키므로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히는 효과도 있다. 또한 생강의 제습 작용은 구토를 완화시켜 위 기능을 정상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생강은 추워서 발생하는 소화불량에 도움이 된다. 임산부의 입덧에도 생강이 들어간 처방이 쓰인다.

생강은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약을 달일 때 대추 두 알과 생강 세 조각을 넣는 경우가 많다. 쓴 약을 먹기 쉽게 하기 위해 넣는 교미 약 정도로 생각할는지 모르나 각각 어엿한 약효를 지니고 있다.

생강은 음식의 감칠맛을 살리는 향신료뿐만 아니라, 한방에서는 감초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보약 처방에 생강을 넣는 것은 생강이 한약의 약효성분을 몸속에 신속히 흡수시키고, 아울러 약재 중 독한 성분을 완화·해독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강은 생강은 발산시키는 작용이 있어 외부에서 침입한 차고 눅눅한 기운과 같은 사기(邪氣·나쁜 기운)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피부색이 하얗거나 입술이 푸르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몸이 찬 체질의 사람들에게 맞는 약재다. 하지만 평소 열이 많아 더운 곳에 있지 못하고, 얼굴이 쉬 달아오르거나 흥분을 잘하는 열 체질의 사람들에겐 오히려 해롭다. 또 생강은 혈관을 확장시키므로 치질이나 위·십이지장궤양 등 출혈이 용이한 질환이 있을 때는 복용을 삼가야 한다.

생강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리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또 혈관의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데도 뛰어난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나 심장병 등 각종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한편 생강은 소화효소의 활성을 높이고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다. 그래서 생선회나 장어를 먹을 때 생강을 먹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콜레라균이나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을 유발하는 병원균을 죽이는 살균 효과도 있어 생선회나 초밥에 흔히 생강이 곁들여진다.

생강은 향이 강하면서 매운맛이 좋다.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굴곡이 적고 껍질이 얇은 것을 골라야 한다. 반면 색이 어두우며 육질이 무르고, 가늘고 어린 뿌리가 나 있는 것은 질이 떨어진다. 요즘 중국산 생강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생강 같이 생것은 우리 땅에서 키운 것을 바로 조리해서 먹는 게 좋다.

생강이 몸에 좋은 약이며 식품이긴 하지만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생강을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쌓여 눈병을 앓는다고 한다. 또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하므로 고혈압 환자도 생강의 과다 복용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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