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가자 떨어진 대파값, 물가 대책의 어설픈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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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에 3%대로 다시 올라서자 정부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단 값이 875원으로 매겨진 걸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할인 지원 등으로 그 가격을 계속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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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에 3%대로 다시 올라서자 정부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업에는 밀가루·설탕 등 가공식품 원재료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가 애써야 한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별 효과 없는 보여주기식 대응은 국민을 실망하게 만들 뿐이다.
정부는 이달 초 농축산물 납품 단가 인하(204억원)와 할인 지원(230억원)에 434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이번에 사과·감귤 등 21개 품목의 납품 단가 인하에 959억원을 투입하는 등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합계 2천억원가량인데, 우리나라 2200만가구에 가구당 1만원도 돌아가지 못하는 액수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가격을 계속 낮추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또 농축산물의 경우, 국내 생산자를 무시한 정책으로 향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단 값이 875원으로 매겨진 걸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산비가 그보다 훨씬 비싼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할인 지원 등으로 그 가격을 계속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생산자는 그 값에 납품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재배를 포기할 것이다. 사과 같은 과일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했다고 해서, 함부로 수입 과일로 대처해선 안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상기후가 농산물 작황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길게 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밀가루·설탕 등 제조업체에 대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도 소비자 편익을 키우게 될지 의심스럽다. 윤 대통령이 18일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당업체 3곳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 쓴 바 있는 가격 인하 압박 방식이다. 일부 밀가루 제조업체는 전날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이런 식의 가격 인하는 정부 압박이 사라졌을 때 기업으로 하여금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게 만든다. 길게 보면 소비자에게 득 될 게 없을 수도 있는 만큼,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쓰라는 공정위의 칼을 더욱 신중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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