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 자진귀국은 임시변통, 대사직 사퇴부터 해야

한겨레 2024. 3.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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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출국한 이종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곧 귀국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 대사의 귀국 명분 마련을 위해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실은 이 대사 귀국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사는 귀국 즉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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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제73주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출국한 이종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곧 귀국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외교부가 오는 25일 개최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판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국을 강행한 지 10일 만이다.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재외공관장 회의’는 총선 이후인 4월 말로 잡혀 있고, 그사이엔 귀국 일정이 없었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이 대사 출국이 큰 논란을 빚은 뒤에도 조기 귀국은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민심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마저 떨어지자 일단 이 대사를 불러들이기로 한 것 아닌가. 이 ‘이종섭 리스크’는 20여일 남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최대 악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대사 귀국은 ‘국면 전환용’ 고육책일 개연성이 다분하다. 25일 회의는 원래 예정에 없던 것이다. 이 대사의 귀국 명분 마련을 위해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총선 망한다’고 아우성을 치니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 대사 거취 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을 자진 사퇴로 정리한 것과는 전혀 다른 대응이다.

오히려 대통령실은 이 대사 귀국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문을 냈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이 대사는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까지 내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 대사 문제, 오늘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대체 무엇이 해결됐다는 말인가.

대사 자격이 없는 피의자에게 임명장을 준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로 인해 상대국인 호주에도 적잖은 외교적 실례를 범했다. 이 대사 귀국은 여론 무마책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이 대사는 귀국 즉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호’를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는 게 순리다. 윤 대통령도 과거 고위공직자 수사 때 ‘계급장’ 떼고 조사하지 않았나. 대통령이나 비서실 공무원은 공수처의 직무 수행에 일절 관여할 수 없도록 공수처법에 명시돼 있다. 이 대사 수사에 ‘외압’이 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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