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승만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 기관차 달려…위대한 지도자들”
“상속세 신경쓰느라…비효율적”
기업 가업승계제도 완화 예고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이승만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의 기관차가 달렸다는 말처럼 두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오늘의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한국 경제발전의 공을 이·박 전 대통령들에게 돌렸다. 두 전임 대통령의 독재 정치 등 어두운 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위대한 지도자’로 띄웠다. 반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릇된 이념에 사로잡힌 무원칙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날 기념식에 특별강연을 하며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객 116만명을 돌파해 많은 국민들께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현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 강연은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부터 오늘까지를 돌이켜보면 역사의 고비마다 위대한 결단이 있었다”면서 “1945년 광복을 맞았을 때 북녘은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했지만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토대로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 당인리 3호기, 화천수력3호기 등 화력, 수력 발전소를 건설했고 오늘날 우리 산업의 든든한 토대인 원자력 발전의 기반도 만들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두고는 “업적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습니다만 패배주의 빠진 국민을 일으켜세운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시 전 세계 저개발 국가들이 수입 대체 경공업에 주력할 때 박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수출 주도 공업화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두 전임 대통령을 묶어 “만약 이승만·박정희 대통령께서 수출이 아닌 내수를 선택했다면 지금 우리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3만 달러 선이 아니라 3000달러도 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두고는 비판적 시선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화를 넘어 민주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우리 사회에 퍼진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 “정치 이념적인 왜곡과 선동이 만연하면서 이념편향적 정책이 우리 경제를 흔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탈원전 정책’을 들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또 “재정만능주의에 빠진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불과 5년 만에 (국가부채가) 400조원 늘어 10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정부는 선심을 쓰고 청구서는 미래 세대에게 넘겨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경제 정책 방향으로는 노동개혁과 규제혁파, 독과점 해소 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기업인들께서 많이 힘들어하시는 가업 승계 문제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봐야 한다”면서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를 단지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서 세율이 매우 높고 요건이 아주 까다로운 가업 승계 제도가 만들어졌다”면서 “상속세 신경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벨류업이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30%로 우리나라 50%보다 낮다”면서 “원활한 가업 승계 통해 장수 기업 많아지고 이를 통해 고용도 안정되고 경제도 지속 성장하도록 적극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열린 제3차 민생토론회에서도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면서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상속세 경감은 법 개정 사안으로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강연을 마치며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과 윤리가 따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면서 “저와 정부는 기업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고 기업도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유의 공존 방식인 윤리와 책임을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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