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대표 "AI가 돼지 뼈·근육 위치 학습…로봇의 '칼질' 정확도 99.9%"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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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은 힘들고 위험해 젊은 인력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사진)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축업은 그동안 AI와 로봇 기술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업종"이라며 "기술을 통해 도축 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축산 경쟁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AI가 개체를 스캔해 좌표를 찍으면 로봇이 그 좌표에 따라 도축 작업에 들어간다.
돼지를 이분할하는 이분도체 로봇도 전북 김제 도축장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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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생체 도축 전용 AI 개발
250만개 데이터 수집해 적용
"도축로봇 글로벌 넘버원 될 것"
도축은 힘들고 위험해 젊은 인력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기계의 힘을 빌리기도 힘들다. 소와 돼지 형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로보스는 비정형 생체 도축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사진)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축업은 그동안 AI와 로봇 기술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업종”이라며 “기술을 통해 도축 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축산 경쟁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로보스를 2022년 4월 창업했다. LG전자와 현대로보틱스 등에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개발하다가 수의사 친구인 박원석 이사를 통해 도축장의 현실을 알게 됐다. 박 대표는 “일반 공장은 조립 과정에서 실수해도 다시 재조립하면 되지만, 생체를 다루는 도축장에선 한번 잘못 해체하면 끝이라 기술 도입에 대한 불신이 심했다”며 “자동화가 더디다 보니 연로한 작업자가 퇴직할 경우 대체할 인력이 없었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도축 로봇을 도입한 일부 도축장도 있었지만, 도축 환경이 크게 다른 탓에 효과가 떨어졌다. 유럽은 보통 110㎏ 표준 중량을 맞춰 돼지를 도축하는데, 한국은 130~180㎏으로 제각각이다. 뒷고기나 머릿고기 등 부산물에 대한 수율도 유럽산 로봇으로는 확보할 수 없다. 박 대표가 국내 도축 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창업 후 전 직원이 전국 도축장을 뛰어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AI가 돼지 뼈와 근육 위치 등을 학습해 절개 좌표를 생성할 수 있도록 250만 개의 데이터를 집어넣었다. AI가 개체를 스캔해 좌표를 찍으면 로봇이 그 좌표에 따라 도축 작업에 들어간다. 가축의 뼈와 고기를 발라내는 일을 사람 대신 AI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하는 셈이다. 박 대표는 “로보스의 AI는 연산 속도가 빠르고, 좌표 측정 정확도가 99.9%에 이른다”며 “유럽 로봇들과 비교해도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로보스의 도축 로봇은 현재 제주와 경북 군위 지역의 도축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매년 한국에서 도축되는 돼지만 1800만 마리. 로보스 1호 로봇인 돼지 넥커터는 제주에서, 삼겹살을 확보하기 위해 내장을 터뜨리지 않고 앞가슴을 가르는 복부 절개 로봇은 군위에서 성능 검증(PoC)을 마쳤다. 돼지를 이분할하는 이분도체 로봇도 전북 김제 도축장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여러 로봇을 한꺼번에 적용해 사람이 하는 일의 80%를 AI에 맡기는 게 로보스의 목표다.
처음엔 로봇의 효과를 의심했던 도축장들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작업자들이 매일 몇천 두씩 뼈와 살을 같이 잘라내는 작업을 하다 보니 저녁엔 아예 팔을 못 쓸 정도로 힘들어하는 분이 많았다”며 “로봇 도입의 효과를 체감하는 곳들이 생기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점차 쌓이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도축장 운영은 물론 축산 현장이 달라져야 국민 편익은 물론 한국의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일각에선 로봇이 도입되면 도축장 작업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며 “하지만 도축장 운영이 고도화돼야 오히려 축산 관련 직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스는 자체 개발한 비정형 AI 기술을 다양한 생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돼지뿐만 아니라 소 도축 AI를 개발 중이다. 사육 단계에서 비전AI를 통해 가축의 성장 속도를 예측하는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가축 탄생부터 질병 관리, 적정 출하 시점 예측까지 데이터화하는 게 목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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