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한발 늦었다' 질문에 … 삼성 "곧 가시적 성과" 자신감
반도체부문 흑자 설명하며
"인텔 파운드리 위협 안돼"
엔비디아가 휩쓸고 있는
AI가속기 시장에도 도전장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공개한 것은 AI 시장에서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차세대 기술을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독주 중인 AI 가속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실기(失期)를 만회하고 AI 신시장 개척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내년 초 AI 가속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 사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반인공지능(AGI) 개발랩' 신설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마하-1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반도체 간 병목 현상을 8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파격적인 구조로 설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AI 반도체에서 쓰였던 HBM 없이 저전력(LP) 메모리만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경 사장은 "여러 알고리즘을 써서 메모리 반도체와 GPU 사이 병목 현상을 8분의 1 정도로 줄였다"며 "HBM보다는 LP 메모리를 써서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마하-1과 관련해 프로그래머블칩(FPGA) 검증을 마친 상태로 현재 시스템온칩(SoC)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 삼성전자의 칩으로 구성된 AI 시스템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마하-1은 기존 AI 가속기의 여러 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AI 가속기 시장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경 사장은 이와 함께 다른 미래 신사업 계획도 밝혔다. 그는 "어드밴스트 패키지 사업은 올해 2.5차원(2.5D) 제품으로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실리콘카바이드(SiC)·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위한 울트라발광다이오드(ULED)를 적극 개발해 2027년부터 시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삼성전자가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 경영진 13명은 1시간여 동안 사업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며 주주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HBM 시장에서 한발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경 사장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잘 준비하고 있다"며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지능형 반도체(PIM)는 다양한 고객들과 협의하면서 실제 적용을 진행하고 있고,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 사장은 올해 들어 DS부문도 흑자 기조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적으로 보면 올해 1월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인텔의 1.4㎚(나노미터) 공정 계획 발표가 삼성전자에 위협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4나노 개발은 TSMC, 인텔, 삼성전자 모두 로드맵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인텔과 비교하면 우리는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SoC, GPU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한 파운드리 필드 레코드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 사장은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과 관련해선 "하반기에는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경 사장은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이 상정돼 가결됐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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