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팀킬 논란' 황대헌의 어정쩡 대답, '파벌싸움' 의심 키운다
[OSEN=강필주 기자] '팀 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황대헌(25, 강원도청)의 어정쩡한 답변이 '파벌 싸움'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지난 18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끝난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여자부 김길리(20, 성남시청)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김길리는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여자 1000m 에서 은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남자는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거는 데 만족했다.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는 김길리에게 쏠렸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관심은 온통 남자 대표팀이었다. 대회 중 발생한 소위 '팀 킬 논란'이라 불리는 황대헌과 박지원(28, 서울시청)의 충돌 사건 때문이었다.
황대헌과 박지원은 대회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충돌했다. 레이스 후반 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박지원이 인코스로 파고 들며 선두를 달리던 황대헌을 추월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대헌이 왼손을 박지원의 허벅지에 갖다 댔다. 이 접촉으로 미끄러진 박지원은 펜스에 부딪힌 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완주를 포기해야 했다. 잠시 중심을 잃었던 황대헌은 4위로 통과했으나 패널티를 받아 실격했다.
문제는 둘 사이 충돌이 이번 시즌에만 벌써 3번째 발생했다는 것이다. 둘은 하루 전날 가진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충돌했다. 3바퀴를 남기고 황대헌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선두를 달리던 박지원을 밀어냈다.
균형을 잃은 박지원은 메달권에서 멀어졌고 황대헌은 1위로 골인, 포효까지 했다. 하지만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아 실격처리 됐다. 당연히 메달도 없던 것이 됐다. 결국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 2개를 놓친 셈이다.
황대헌은 지난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박지원을 뒤에서 밀어 넘어지게 만들었다. 당시 황대헌은 옐로카드(YC)를 받기도 했다.
박지원은 머리를 고정하기 위한 목 보호대를 차고 왼팔에는 붕대를 감은 채 입국했다. 박지원은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계속돼서 목을 고정했다"면서 "목과 머리에 충격이 커 신경통이 계속된다"고 밝혀 황대헌과 충돌 충격이 상당했음을 밝혔다.
박지원은 이번 시즌 황대헌과 3번째 충돌한 것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또 경기 후 황대헌과 충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지, 사과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지금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걱정은 안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타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팀 킬 논란' 당사자인 황대헌은 충돌 상황에 대해 "서로 경쟁하던 상황이었고 시합을 하다 보면 충분히 그렇게 많은 상황들이 많이 나온다"면서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다. 그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고 또 지원이형이어서 되게 마음도 안좋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고의성을 의심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절대 고의로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오해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경쟁을 하다가 생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대헌은 '박지원과 경기 후 따로 이야기 나눈 게 있나'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옆에 서 있던 연맹 관계자를 슬쩍 바라봤다. 그러자 연맹 관계자가 나서서 "이거는 좀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대신 답하기도 했다.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게 있는지 여부를 답하기 어렵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
취재진이 재차 황대헌에게 박지원과 대화했나라고 묻자, "그냥 재정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핵심을 벗어난 대답을 했고 "서로 경쟁하다가 발생한" 사고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지원과 따로 이야기 한 것이 없냐'고 묻자 황대헌은 결국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충돌과 관련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필인 박지원은 이번 시즌이 중요했다. 다음 시즌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을 위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필요했던 박지원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황대헌과 충돌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무엇보다 박지원과 황대헌의 어정쩡한 답변은 충돌이 '사고'가 아니라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오랜 전부터 '파벌싸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은 한국체육대학(한체대)과 비한체대 선수간 파벌이 알려지며 곤욕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박지원은 단국대 출신이고 황대헌은 한체대를 나왔다.
팬들도 이번 충돌이 파벌싸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 단순 충돌이었다면 박지원이 후배인 황대헌을 감싸기 위해 '고의가 아니였던 것 같다'고 해명을 해줬을 수도 있었다. 황대헌 역시 박지원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답을 미적거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황대헌은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서 연맹 관계자의 도움까지 원했다. 일부 팬들은 황대헌이 3번 모두 박지원을 상대로 충돌한 것에 대해 박지원의 국가대표 선발을 막아 군대에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황대헌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은메달을 받아 병역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항상 효자 종목이었던 쇼트트랙이지만 다시 한번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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