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못박기’에 의료계 격분… 교수들 집단 사직 현실화하나 [의대 ‘2000명 증원’ 배분]
“국민건강 위협할 독선 결정” 반발
증원 취소 등 가처분 신청 제기
고려대의료원 ‘25일 사직’ 동참
정부 ‘증원 못박기’에 극한 대치
의사단체는 온라인서 대응 논의
정부가 20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의 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에게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의사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분 배분에 격분했다.
연세대 등 상당수 의대 교수들은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일제히 요구하고 나섰다. 연세대 교수들은 “의대 교육생의 67%를 1년이라는 초단기에 증원하고 그 배분을 수주 만에 결정하겠다는 졸속 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것”이라며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시키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의학교육현장에서 발생할 참담한 혼란 상황과 이로 인해 국민건강 위협을 초래하게 될 독선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총선을 앞둔 시점에 폭발적인 의대생 증원 숫자를 제시한 것은 교육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근시안적인 정치적 카드”라고 비판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와 서울 지역 의대생, 수험생 등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2000명 증원 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6일 ‘의대 증원 처분과 후속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배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포함시켜 달라는 취지의 신청취지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들은 2000명 증원분이 지방에 약 80%, 서울수도권에는 20% 배정된 것을 두고 “지방 특혜, 서울수도권 역차별 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수도권 의대는 수능 (성적) 1등 학생이 입학하는 반면 지방 의대 입학생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입시 특혜로 지역 의대에 들어가 졸업한 (의사들이) 취업·개업하러 서울로 오고 지방의사는 돌팔이가 되는 공식을 만들 작정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 발표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강조하고, 사직한 전공의들과 휴학 의대생들에게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학교로 돌아와 달라”고 촉구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등을 강행하면 오는 25일 집단사직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경찰 조사 출석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이 20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 위원장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을 비판하며 “오늘부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
전공의 면허정지 조치가 임박하면서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의교협, 의대협은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정부의 배정 결과 등에 대해 논의했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이날 전의교협 브리핑에서 “4개 단체가 서로 협의하면서 정부와 마음을 터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뜻을 모아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영·이정우·이지민·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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