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대역전] 출산·육아 지원 늘리는 CEO들 …"정부 세제혜택 뒷받침돼야"
인구위기 해법 찾으려 경청
출산율 반등 열쇠 쥔 기업들
"인구감소 심각성 깊이 고민"
본지 제안 청년이민정책 호평
정치권, 입법 통해 지원 의사
◆ 국민보고대회 ◆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긴다 해도 커리어를 지속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것이다."(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인구 위기는 안보 위기와 직결된다. 인구감소의 심각성과 대책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신원식 국방부 장관)
20일 제34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서울 신라호텔에는 정·관·재계 등 각 분야 주요 인사 약 400여명이 몰렸다. 저출산·고령화 극복이라는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를 다루는 자리이다 보니, 참석자들은 집중해 보고대회 발표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인들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출산율을 반등시킬 핵심 요인임을 강조하며, 민관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은 "일자리가 풍부한 기업의 출산율이 한국 평균 출산율보다 높다"며 "결국 일자리가 있어야 출산율도 오르고, 출산율 제고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부영은 올해부터 사내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행하는데, 이에 대한 세제 혜택 적용 여부가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출산·육아 지원을 위한 지원금 등 기업의 노력과 이에 대한 정부의 세제 혜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정년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저마다 시행 중인 사내 복지정책을 공유하기도 했다. 양영주 세아홀딩스 대표는 "지방을 거점으로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인구절벽을 더욱 가깝게 느낀다"며 "세아그룹은 공장이 대표 인구 소멸 지역인 군산 등에 있어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인구학자를 초빙해 직원들과 인구감소에 따른 전략과 대응을 고민하기도 했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오래된 출산지원금 제도를 개편하고, 올해 출산지원금을 대폭 확대한 바 이번 보고대회 의제에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을 지급한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정책적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은행의 중소기업 관련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액션플랜에 언급된 '분산정책'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인구소멸 지역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국 새벽배송망을 통해 지역 인구감소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대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정치권도 보고대회 발표 내용에 공감하며 입법을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과감한 현금성 지원과 가족의 가치 회복, 기술 개발, 구조개혁 등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저출생 공약을 만든 장서정 비상대책위원('자란다' 대표)은 "주거공간 형태와 지방 스타트업 양성, 아시아 MZ세대 청년의 이민 장려는 꼭 필요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정부가 당장 시행령을 고쳐 할 수 있는 제안이 많았다"며 "민주당도 보고대회를 잘 참고해 공약에 반영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저출산처럼 오래된 문제가 해결되려면 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민관정 원팀'으로 '인구 대역전'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제도가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활용하는 비율이 낮은 게 문제"라며 "직장 내 가정 친화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 정부, 마을 커뮤니티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제3의 공간'이야말로 젊은이들이 일하고 쉴 수 있는, 다른 도시·다른 청년이 찾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 = 이진명 지식부장 / 임영신 기자 / 권한울 기자 / 류영욱 기자 / 우수민 기자 / 이유섭 기자 / 조윤희 기자 / 한상헌 기자 / 박나은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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