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자본주의 미술

2024. 3.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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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 호황을 누린 부분 중 하나가 인테리어였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가구 시장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relevance(적절성)' 또는 연계성·관련성이란 단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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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 호황을 누린 부분 중 하나가 인테리어였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가구 시장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덩달아 그림도 득을 좀 봤다. 특히 적기에 터진 코인 시장은 수많은 신흥 부자를 만들어냈고 이렇게 축적된 부가 미술로 이동했다. 내재가치라고는 전혀 있을 수 없는 디지털 코인이 수요를 만나면서 공급 부족 현상으로 그 경제적 가치가 오르는 것을 맛본 사람들은 같은 원리로 그림을 사기 시작했고, 그들의 담합인지 이런 그들을 겨냥한 작전세력의 힘인지 유례없는 젊은 작가 열풍이 불면서 기존의 근거로는 설명이 안되는 30대 작가들의 작품가가 수십억 원까지도 올랐다.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새로운 구매층은 시대가 바뀌었다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대적) 무명 작가의 작품가를 부추겼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모든 상승세는 멈췄다. 그래도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말들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지만 글쓴이는 단언한다. 대다수의 구매자는 작품을 되팔 수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가치로 보면 제로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메이저 갤러리로부터 작품 구매를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단순히 뜰 것이란 말은 없다. 작가가 왜 중요한지, 어떤 미술관이나 큐레이터들의 지지를 받는지, 미술사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들의 삶은 어떤지 등 작품은 물론 작가를 둘러싼 입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세일즈를 위한 '설'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잠깐의 인기몰이로 '뜬' 작가의 가치와 다양한 업체 전문가들의 지원 아래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며 길이길이 기억될 작가의 가치는 같을 수 없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relevance(적절성)' 또는 연계성·관련성이란 단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작가는 왜 이 시점에 이런 주제의 작품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표현했을까? 이 작품은 이 시대의 어떤 면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나와는 무슨 상관일까? 이 작품은 미술사 관점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또 작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레이어들이 모여 작품을 더욱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연계의 가능성을 연다. 그게 그 작품의 내재가치가 된다.

이런 레이어들 없이 단순한 시장논리로 측정된 작품가는 다른 모든 상품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5000만원짜리 그림과 승용차 중 어느 것을 구매하는 게 더 가치 있을까? 아니면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것일까?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작가가 이 정도 가격이 맞나요?" 객관적인 답을 원하는 거라면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이 작품의 가격대에서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작가들은 누가 있을까요?" 아직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이 없는 작가인데 대가들의 작품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면 구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원재 (주)아티팩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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