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치수계획, 원인 분석부터 틀렸다”
환경부가 최근 내놓은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이 치수 안전 확보에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오송 참사 등 최근 발생한 홍수 피해가 대부분 기존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인데, 대책은 댐 건설과 같은 토목사업을 강조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는 20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제1회 생명의강 심포지엄’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했다. 발제자로는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 이철재 환경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백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은 4대강 사업 부활, 10년 전 개발 논리로의 후퇴, 거버넌스 실종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환경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 문건에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문건에서 오송 참사, 강남 침수, 섬진강 범람을 언급하며 기존 정책이 하천 제방 안전성 확보에 집중되어 있고, 댐 역시 관리와 운영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일상화한 극한 호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댐을 새로 짓고 퇴적토를 준설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시설과 설비만으로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니 새로 토목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부 진단과 달리 최근 있었던 홍수 피해는 기존 정책만 잘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면서 “기존 정책을 안 지켜놓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게 맞는 논리인가”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피해 사례로 든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량공사 과정에서 제방을 임의로 허물었다가 미호강 물이 넘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호천교 수위자료를 보면 미호천교 제방고는 홍수위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제방을 유지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환경부가 언급한 2020년 섬진강 홍수 사례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섬진강 유역에 적성댐 건설이 무산되어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021년 한국수자원학회가 발표한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용역’ 보고서를 보면, 78개의 피해지구는 모두 제방이 제대로 건설되지 않은 곳에 집중됐다. 온전한 제방을 갖춘 곳에선 단 한 건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백 교수는 하천 기본계획이 정한 기준만 준수했으면 댐 없이도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봤다.
댐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의 댐을 정교하게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홍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목적댐의 역할은 크게 홍수조절과 용수공급으로 나뉜다. 계획홍수위에서 제한수위를 뺀 만큼이 홍수조절 용량이 되고, 저수위에서 제한수위까지가 용수공급량이 된다. 제한수위를 낮춰 홍수조절용량을 늘리면 용수공급량이 주는 구조다. 비가 많이 오는 홍수기엔 제한수위를 늘려 홍수조절용량을 늘리고, 비가 덜 오는 시기엔 반대로 용수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댐을 운영하면 홍수 용량을 최대 2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한수위는 1년 내내 고정되어 있다.
백 교수는 “모델링을 해보니 탄력 운영을 도입하면 수위가 60cm까지 낮아지는 곳이 있었다”면서 “이미 20년 전에 국토부가 추진했을 정도로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적절한 대책을 만든다”면서 “환경부는 원인 분석부터 제대로 하고 치수 대책을 세우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2018년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환경부로의 물관리일원화를 통해 물관리 혁신을 기대했었으나 올해 환경부 정책은 댐과 제방 준설 등 국토부 시절로 돌아갔다”면서 “환경이 뒷전이 된 환경부 정책은 환경을 지키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규제로 규정하고 규제 완화를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윤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하천정책을 비판 없이 그대로 승계했다”면서 “토건 삽질 정책 일색으로 하천의 자연성 회복 개념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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