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례 공천' 갈등 고조…친윤-친한, 서로 "사천" 주장
한동훈 "사천? 이상한 프레임", 이철규 "청탁 아닌 당연한 책무"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철선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에서 4·10 총선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0일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발표된 명단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가 서로 '사천(私薦)' 논란을 제기하며 공세를 펴는 모습이다.
포문은 친윤 핵심이자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명단 발표 당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아쉬움이 크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당선 안정권에 현직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교수 등 비대위원 2명,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이 명단에 포함되고 호남 인사와 사무처 당직자가 빠진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이 거론한 공직자 2명은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중 이 전 서기관은 과거 '골프 접대' 문제 등이 밝혀져 전날 공천이 취소됐다.
다른 친윤계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한 위원장이 혼자 다 한 것 같은데 '사(私)'가 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고, 다른 의원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들을 밀어 넣은 게 사천이 아니면 뭐냐"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런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 위원장은 전날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라며 "특정한 내 개인적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 사천이라고 말하는 건 우스운 얘기다. 시스템에 따라 공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친윤계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역공을 시도했다. '사천'을 시도한 것은 오히려 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이며, 한 위원장이 이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지도부에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철규 의원의 페이스북 내용을 번역하자면 '왜 내가 심으려는 사람이 비례대표 명단에 없냐'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이 의원이 일부 인사들을 비례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당직자와 호남 문제만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한 보도와 '지라시'도 난무했다.
한 언론은 이철규 의원과 한 위원장이 비례 명단 발표 전 고성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 의원이 한 위원장에게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 시사하며 명단 수정을 요구했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비례 명단이 이중장부로 있었고, 한 위원장이 강남 사무실에서 혼자 만든 명단이 최종 발표됐다'는 지라시도 돌았다. 국민의힘은 이 지라시에 대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작성자·유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친한계의 반격으로 여론의 관심이 '친윤계 사천 의혹'에 쏠리자,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후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당규에 근거해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 특히 호남 지역 인사, 노동계, 장애인, 종교계 등에 대한 배려 의견을 개진했다"며 "권한 없이 청탁한 게 아니라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책무"라고 밝혔다.
그는 인재영입위원장 자격으로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김예령 대변인, 이익선 전 기상캐스터, 영입 인재인 개그맨 김영민 씨 등을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과 고성 말다툼을 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어제부터 언론을 통해 내가 당연히 건의하고 요청한 사항을 '사천 요구'라고 한다. 여러 왜곡된 언론 보도가 난무했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자들은 잘 알 것"이라며 친한계의 '친윤 사천'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처럼 비례 공천을 둘러싼 내부 충돌은 결국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연장선상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대통령실은 후보 명단을 언론 공개 약 10분 전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통령실과는 관련 없는, 당내 세력 간의 의견 충돌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용산과 소통한 것이냐'고 묻자 "없다"고 선을 긋고서 "내 개인의 인격 문제다. 잘못된 걸 잘못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정도도 못 하면 정치를 왜 하느냐. 내가 받아적는 하수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원인과 배경이 무엇이든 비례 공천을 둘러싸고 총선을 3주 남긴 시점에 일어난 내부 갈등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도 민주당에 참패한 4년 전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다 후보 등록일 사흘 전 명단을 전면 수정한 바 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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