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석 걸렸다, 여기서 밀리면 끝"… 與野, 수도권에 화력 '올인'
서울 15%P 급락에 국힘 비상
당정갈등 수습하고 전열 정비
韓 "민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
수도권 사수에 사활건 민주당
이재명 닷새째 유세지원 나서
정권심판론으로 중도층 공략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총선을 3주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 민심을 공략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당정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국민의힘은 전열을 재정비해 수도권 의석 탈환에 나섰고, 공천 파동 국면이 마무리된 더불어민주당도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수도권 민심을 파고들었다.
2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안양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수도권 민심에 더 민감하고 책임감 있게 반응해야 한다"며 "손끝에 느껴지는 작은 온도까지 무겁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때그때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그렇게 해야 폭주하는 이재명 사당과 통합진보당 종북 세력이 이 나라 주류를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일 수도권을 찾아 '이재명 사당 심판론'을 띄우면서 당정 간 협력관계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안양중앙시장 거리 인사 일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당장 수도권 민심 공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된 이후 수도권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도권 의석을 탈환해야 하는데 최근 수도권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만 확보하며 참패를 당했다. 22대에서도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서울 한강벨트 14개 지역구 중 3~4개밖에 가져올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급락하는 추세다.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응답률 14.7%)에서 국민의힘은 30%였다. 일주일 전인 지난 5~7일 1000명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동일·응답률 14.4%)에서 45%를 기록했지만, 일주일 만에 15%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경기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인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이 이런 적이 없다. 어느 한 이슈가 터져서 하루 이틀에 15%, 10% 급락을 거듭하는 것은 정치를 28세 때부터 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귀국으로 2차 윤·한 갈등이 조기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은 조만간 수도권 여론 흐름을 되돌리겠다는 목표다. 대통령실이 '결자해지'에 나선 만큼 국민의힘도 다시 진열을 정비하고 수도권 의석을 탈환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하나하나 정리돼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국민께서 더 이상 탄핵·특검과 같은 발목 잡기 국회를 원하시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인천 미추홀구·서구·부평구를 잇달아 방문해 유권자들을 만났다. 국민의힘이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비례대표 순번 갈등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닷새 연속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집중 공략한 이 대표는 연일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을 방문한 이 대표는 "4월 10일은 지난 2년간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경제, 파탄시킨 민생, 한반도 평화,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날"이라며 "머슴 자격이 없고 주인을 배반하는 종은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국정을 했는데 국민을 고통에 넣지 않았나"라며 "이렇게 하면 혼난다.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다시 뽑힐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대표는 황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을 언급하며 "이런 정권이 만약 1당이 돼서 국회의장까지 지내거나 과반수를 차지해 입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면 법·제도·시스템을 다 뜯어고칠 것이다. 이렇게 망치면 거의 회복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총선 승리의 열쇠는 '수도권 사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구 의석 254석 중 절반인 122석이 걸린 서울·경기·인천에서 민주당은 최소 65~70%를 이겨야 과반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판세를 분석해봐도 민주당은 결국 수도권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 의석은 28석,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 의석은 65석으로 여기에서만 37석이 차이 난다.
최근 내부 갈등과 각종 논란으로 수도권 민심이 과거보다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주당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가 전날에 이어 총선 낙관론을 경계하는 발언을 또 내놓은 이유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170석이니 180석이니 이런 소리를 하면 절대 안 된다.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라며 "저들이 170~180석을 이야기하다가 90석밖에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엄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특정 지역에서 싹쓸이하지 않느냐"며 "정말로 경계심을 가지고 엄중하게 이 상황을 이겨나가야 한다. 지금 안일하게 잘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방치하면 그들이 이 나라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유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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