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철규, 비례대표 공천 갈등 격화…당내선 총선 우려

이승재 기자 2024. 3.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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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43분간 작심발언…"약속 지켜지지 않아"
국민의미래, 명단 조정 여부 논의…곧 발표할 듯
공천 신경전에 우려도…"후보 힘 빠지게 만드는 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3.2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재 최영서 기자 =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여당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비례대표 공천이 투명하지 않았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자신이 월권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도 월권한 것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제 공은 한 위원장에게 넘어왔고, 지도력도 도마에 올랐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벌어진 친윤계와 당 지도부의 정면 충돌을 수습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분간 자신을 둘러싼 비례대표 공천 의혹의 전후 사정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고심해서 결정한 후에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고 지도부에서 그렇게 말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들은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공관위원이 왜 국민의미래 공천에 관여하느냐. 월권이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러면 한 위원장과 장 사무총장 모두가 다 월권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장 사무총장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간 비례대표 명단을 둘러싸고 이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윤계와 당 지도부 간 신경전이 이어져왔다. 시작은 지난 18일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 출신인 한지아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11번)와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15번) 등이 당선권 순번에 배치된 것을 비판했고, 이는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으로 번졌다.

친윤계에서는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10번), 강세원 전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실 행정관(13번) 등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등이 당선권 순번을 받지 못한 것을 근거로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주 전 위원장은 이에 항의하며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 사안을 두고 윤·한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다른 친윤계 중진들도 이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태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은 전날 "당헌당규에 당선권 4분의 1 이상을 호남 인사로 배치하게끔 돼 있다"며 "어차피 다 같은 당이고, 한 위원장이 관리하는 당인데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게 맞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안양=뉴시스] 조성봉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초원어린이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4.03.20. photo@newsis.com


앞서 한 위원장은 이러한 순번 조정 요구에도 기존 명단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직 사퇴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의원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니까 한 위원장이 직을 걸고 못 받겠다고 한 것 아니냐"며 "그건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를 정하는 절차는 시스템 공천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명단 조정 여부는 곧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이 후보 등록 마감일이기 때문에 더는 지체할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는 회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날 오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학용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례대표 순번을) 전면 재조정하면 당의 공신력에 관한 문제"라며 "항의하는 분들과 협의해서 미세 조정은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한 분을 교체해서 거기에 다른 분을 넣는 식으로 갈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 문제라면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남 배려 문제라든지 한 분 갖고 잦아들 거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에 순서라든지 명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친윤계와 지도부의 비례대표 공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병민 서울 광진갑 후보는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자칫 비례대표 후보자 한 명 한 명을 두고 뭔가 큰 갈등이 벌어지는 것처럼 뉴스가 생산되게 된다면 이건 지역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는 후보들의 힘이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체 선거를 생각하면 각자 생각을 드러내는 게 총선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3.20. bjk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young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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