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여권 발맞춰 ‘즉각 조사’ 요구할 듯···대통령실 ‘수사 관여’ 논란도 여전
‘해외 도피’ 비판에 떠밀려 조만간 귀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신속히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재차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귀국 상황을 지켜보고 조사 시기를 조율하려 한다.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촉구한 상황에서 나온 이 전 장관의 귀국 발표를 두고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 전 장관이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차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곧 공수처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전날에도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를 냈다. 지난 17일 KBS 인터뷰에서는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고 했다. 즉각 소환을 촉구하며 공수처를 압박해 해외 도피성 출국 논란을 불식하려는 대통령실과 여당에 발맞추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수처는 이날 이 전 장관 귀국 소식이 알려지자 짤막한 입장을 냈다. “현재 수사팀이 언론 보도만 접한 상황이어서 특별히 말씀드릴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됐을 때와 같이 귀국 소식을 언론 보도로만 접한 상태다. 이 전 장관 측으로부터 이와 관련해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측과 계속 조사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이 조만간 귀국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힐 경우 이를 수용할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 상황에 맞춰 추후 조사 일정을 잡을지 검토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당장 조사하더라도 얻을 게 없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윗선인 이 전 장관을 조사해봤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조사가 서둘러 이뤄지면 지난 7일 첫 조사 시간이 4시간에 그친 것처럼 ‘맹탕조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실이 공수처의 채 상병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 전 장관의 귀국 소식을 갑작스럽게 공개하면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관장 회의를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날 경향신문에 “이 전 장관 귀국과 관련해 전혀 아는 사실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18일 이 전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밝힌 데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공수처가 급하다면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하라”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대응은 공수처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법 3조 3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는 근거다. 이를 어겼을 경우 벌칙 조항은 없지만 탄핵이나 직권남용, 수사방해, 범인도피 등 다른 법규 적용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도 어긋난다. 헌재는 2021년 1월 공수처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하면서 “공수처가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수사 등을 담당하므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중요한 점이 고려된다”고 판시했다. 정치적 독립성이 특히 요구되는 공수처에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대통령실이 의견을 제시하는 등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이 3주째 공수처장 후보 지명을 미루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해석이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3201751001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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