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우려에 M&A시장 위축···자본시장법 규제만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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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지는 인수합병(M&A) 거래를 단편적으로 배임죄로 규제하기보다 배임죄 적용의 범위를 새로 고민할 시점입니다."
정 변호사는 "PEF가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 거래를 완료한 17년 뒤 기업 대표에게 배임죄가 적용돼 10년의 재판 끝에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다"며 "특히 적법 사례로 인정받던 합병형 LBO였는데도 배임죄가 적용돼 판결 이후 M&A 시장에 큰 충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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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서 배임죄 적용의 모호성·한계점 지적
민사·형사 재판부 간 배임죄 두고 판결 엇갈려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기업가 정신 위축 우려
행동주의 펀드·연기금 감시 강화로 자생력 높아
“다양해지는 인수합병(M&A) 거래를 단편적으로 배임죄로 규제하기보다 배임죄 적용의 범위를 새로 고민할 시점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00조 원의 자금 운용 시대를 열었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규제 외에도 자금을 집행하는 연기금 등의 투자 관리 체계가 전문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자본시장이 자체적인 정화력을 갖춰가고 있는 만큼 배임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세종 사무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세종이 공동으로 개최한 ‘70년 고인물 배임···변화할 때’ 세미나에서 정혜성 세종 변호사는 ‘M&A와 배임죄’ 관련 주제 발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의 M&A 대상과 거래 구조도 생물과 같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지분과 신주를 인수하는 거래 외에도 사모펀드(PEF)와 기업의 주요 M&A 거래 구조인 차입매수(LBO) 방식과 합병 등에서 배임죄에 저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열사 간 저가 혹은 고가로 지분 거래를 하거나 합병 시 주식 교환 비율 등을 놓고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가 종료된 지 수년이 지난 후에도 배임죄가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정 변호사는 “PEF가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 거래를 완료한 17년 뒤 기업 대표에게 배임죄가 적용돼 10년의 재판 끝에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다”며 “특히 적법 사례로 인정받던 합병형 LBO였는데도 배임죄가 적용돼 판결 이후 M&A 시장에 큰 충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M&A 거래에서 배임죄 여부를 판단할 때 모호성과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사와 형사 재판부 간 배임죄를 놓고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대주주의 기업 승계를 위한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서 계열사 주가 산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본 민사 재판부와 달리 형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주주의 이익을 탈취해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 없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결국 정 변호사는 M&A 시장 내 배임죄 적용 범위를 새롭게 설정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른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무자본 M&A와 담보형 LBO 등 적법성이 의심되는 거래와 계열사 간 M&A 거래에서 배임죄 유죄 사례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거래를 근절하고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견제하기 위해 배임죄의 순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자금을 집행하는 연기금 등의 감시 장치가 작동하고 있고 주주들의 다중대표소송 등 민사적 구제 수단도 존재해 이미 시장 자체가 정화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공정거래법과 세법 등 자본시장과 관련한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 엄격한 법 집행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또 배임죄가 자본시장 내에서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거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을 지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인 위험이 내재해 있어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이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까지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고 정책적인 차원에서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돼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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