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훈칼럼] 알테쉬와 유튜브 이대로 둘 건가

송성훈 기자(ssotto@mk.co.kr) 2024. 3.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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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처럼 전 세계 무역 시장도 난장판이 됐다.

무법천지 직전이라서다.

알리·테무·쉬인 같은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대표적이다.

지금의 알리와 테무가 전 세계에 터무니없는 가격의 제품들을 쏟아낸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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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빅테크 피해 크지만
국내 규제 다 빠져나가
플랫폼법 지지 받으려면
국내외 역차별부터 해소를

정치판처럼 전 세계 무역 시장도 난장판이 됐다. 비교 우위를 통한 교역으로 윈윈하는 경제 시스템은 무너졌다. 노골적인 자국 기업 지원도, 경쟁국 기업에 대한 수입 차단마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우린 그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어느 때보다 긴장할 때다. 무법천지 직전이라서다.

알리·테무·쉬인 같은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대표적이다. 한국 유통 시장을 초토화할 태세다. 요즘 '알테쉬(알리·테무·쉬인)'라고 부르는 이들 기업이 대체 어디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길래 상상도 못할 초저가에 파는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답은 중국 정부와 기업의 처절한 생존 전략에 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는 철저히 고립됐다. 한때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을 생산기지로 선택해 저렴한 가격에 수많은 제품을 만들어 수출했다. 하지만 상당수가 이제 문을 닫았다. 청년 실업률을 비공개로 돌릴 정도로 중국 정부는 다급해졌다. 일단 손해를 보더라도 공장을 무조건 가동해야 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청년을 공장에 묶어둬야 했다. 중국 정부가 금융회사들을 압박해 제조업 분야 대출을 독려했다는 외신을 수시로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중국 공장들은 재고 물량부터 시장에 풀었다. 기존에 위탁생산했던 글로벌 기업 브랜드가 붙어 있는 제품도 꽤 섞였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 지출 여력이 크게 축소됐고, 수출길도 막히다 보니 예전처럼 팔리지 않았다. 가격을 확 낮춰서라도 해외로 물량을 밀어내야 했다. 재고를 다 털어낸 공장에선 짝퉁 브랜드를 붙인 제품을 내놓았다. 공정 관리가 예전같지 않다 보니 불량 제품도 늘었다. 지금의 알리와 테무가 전 세계에 터무니없는 가격의 제품들을 쏟아낸 과정이다. 무역 관련 기사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덤핑(저가판매)'이라는 용어도 다시 등장했다. 이참에 아마존급의 글로벌 유통망과 회사를 만들자는 중국 측 계획까지 나돈다.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어서다. 중국 플랫폼 기업의 유통 시장 침투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하나다. 종전과 달라진 파급력과 규제 무용론 때문이다. 기존의 통관 절차는 물론, 유통 시스템까지 뛰어넘는 바람에 규제 자체가 먹히지 않는다. 쿠팡마저 긴장할 정도다.

사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는 가칭 '플랫폼법'은 이래서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반칙행위를 미리 차단하자는 게 취지다. 소상공인이나 중소업체들은 이미 초토화되고 있는데 종전의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가 되길 기다리면 너무 늦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 '역차별'을 우려하는 업계 목소리를 잠재우지 않고선 플랫폼법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해외 플랫폼 업체가 아무리 짝퉁 제품을 내놓아도, 유해성분이 검출돼도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처벌하려고 해도 연락처가 없을 정도다.

글로벌 빅테크는 더욱 심각하다. 가짜뉴스, 음주방송, 노골적 광고가 쏟아지는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동영상 카메라가 고품질로 바뀌면서 유튜브 방송도 일반 방송처럼 똑같이 TV로 시청하기 일쑤인데, 규제는 방송과 천지 차이다. 방송에선 불가능한 술 광고를 노골적으로 해도, 19금 야한 콘텐츠를 내보내도 무방비다.

애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경쟁이 불가능하다. 지배적 플랫폼 기업은 독점력으로 버티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면 이익 쏠림이 극심해지고, 잠재적 혁신의 싹은 다 잘려나간다. 국내 업체만 벼랑 끝이다. 이처럼 해외 플랫폼 기업만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무풍지대로 남는다면 여론의 힘은 얻을 수 없다. 지금이 기회다.

[송성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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