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타를 찾아서

2024. 3.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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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업계의 화두는 유니콘이었다.

유니콘 기업은 신생 기업이 마지막에 받은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은 기업을 말한다.

한때 기업가치가 60조원이 넘었던 위워크는 지난해 파산 신청을 했고, 국내에서는 옐로모바일이 수년간 감사의견 거절 상태다.

결국 낙타 기업의 근본적인 본원 전략은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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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업계의 화두는 유니콘이었다. 유니콘 기업은 신생 기업이 마지막에 받은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은 기업을 말한다.

섣부른 일반화는 어렵겠지만 유니콘 기업의 성장 방정식에는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효율보다 속도를 강조하는 성장 전략이 있다. 하지만 전쟁, 팬데믹, 인플레이션 등과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요즈음 기업 환경은 성장 일변도의 과거와 사뭇 다르다. 한때 기업가치가 60조원이 넘었던 위워크는 지난해 파산 신청을 했고, 국내에서는 옐로모바일이 수년간 감사의견 거절 상태다.

유니콘이 아니면 그럼 우리는 무엇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까. 바로 낙타 기업이다. 미국 플루언트벤처스의 알렉산드르 라자로 파트너에 따르면 낙타 기업이란 사막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하는 기업을 말한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에 교훈을 주는 낙타 기업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소개한다.

첫째, 수익 모델의 검증이다. 제품을 팔든, 광고를 집행하든 결국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해야 한다. 훗날 제대로 작동할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적정한 가격을 테스트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건전한 매출원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사업 확장을 위한 추후 투자에 정당성이 생긴다.

둘째, 성장만큼 중요한 게 비용 관리다. 스타트업 기업에 발생하는 비용은 크게 인건비와 고객 획득 비용이다. 고객 획득 비용은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미래 숫자다. 인건비는 그 미래의 성장을 이끌어낼 인적 자원에 얼마나 미리 투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선행지표다. 정말 중요한 핵심 인재는 필요한 순간에 바로 시장에서 사올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셋째, 규모가 아니라 밀도다. 많은 플랫폼이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밀도의 효과는 규모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밀도의 효과는 소수의 좁은 지역이나 특정 전략군에서 이용자가 집중적으로 몰려들면서 입소문이 날 때 발생할 수 있다. 외형이 크지 않아도 싸울 전장을 잘 선택해 집중하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성장에 대한 경로 변경이 필요하다. 외부 자금 수혈 후 다음 라운드까지 J커브 확장을 보여야 그다음 투자가 가능하다는 가정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창업자는 성장을 멈추고 내실을 기하거나, 혹은 역성장을 해서라도 기업을 살리는 것과 같이 속도에 대한 전략적 통제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모험 자본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벤처캐피털과 같은 모험 자본의 투자 형식은 100개 중에 2~3개의 성공한 투자가 실패한 98~97개의 손실을 만회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낙타 기업에 이런 블록버스터형 성공은 어려울 수도 있다. 낙타 기업의 경우 최종 반대급부가 낮을 수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낮아져 그 기댓값은 결국 같을 수 있다는 상황을 받아들이자.

결국 낙타 기업의 근본적인 본원 전략은 생존 전략이다. 일단 살아야 우리는 사업 모델을 정교화하고, 추후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순간 앞서나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이 경주에서 끝까지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하다.

[남대일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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