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경제] 무엇이 극단정치를 탄생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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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균형(equilibrium)은 화학에서 차용되었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균형 역시 본질적인 면에서 이와 유사한 성질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인 경제학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균형은 고정돼 있지 않고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한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경제변수는 특정 값으로 '추세적'으로 수렴하거나 발산하는 확률과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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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선 극히 예외적 사례
정치에선 양극단 변화가 빈번
SNS 등장후 균형점 붕괴로
최소한 규준마저 무너뜨렸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균형(equilibrium)은 화학에서 차용되었다. 화학에서는 'balance'와 차별화하기 위해 평형으로 번역되는데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순반응과 역반응이 상쇄되는 상태로 반응이 정지된 상태는 아니며 자발적 반응을 통해 도달된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균형 역시 본질적인 면에서 이와 유사한 성질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인 경제학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균형은 고정돼 있지 않고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한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증권들은 정보에 따라 수급이 변하게 되어 균형의 이주가 시시각각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가격 또는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시계열적 변화를 확률과정(stochastic process)이라고 한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경제변수는 특정 값으로 '추세적'으로 수렴하거나 발산하는 확률과정을 보인다. 이외에도 마치 음파처럼 상승과 하락이 교차되면서 수렴하거나 발산하는 진동형 확률과정이 있으나 경제 변수 중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이러한 진동형 확률과정이 관찰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2024년 역대 대통령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정치학회에서 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93.87점을 얻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압도적으로 역대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뽑혔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조지 워싱턴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굴욕의 꼴찌는 누굴까? 10.92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다. 46명 중 46등이다. 흔히 미국에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을 꼽으라면 링컨의 전임자로 남북전쟁의 단초를 제공했던 제임스 뷰캐넌이 거론된다. 그런데 그런 뷰캐넌이 트럼프 덕분에 꼴찌를 면했다.
돌이켜보면 역대 꼴찌에서 두 번째인 뷰캐넌 다음에 역대 1위인 링컨이 집권한 것과는 반대로 1960년대 이후 1위인 버락 오바마 다음에 역대 꼴찌인 트럼프가 집권한 현상은 아이러니하다. 최고와 최저가 교차되는 진동형 과정이 일어난 것이다. 앞의 뷰캐넌·링컨 조합과 달리 최근의 오바마·트럼프 조합은 노예제도에 비견할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고 오바마란 최고의 대통령에서 트럼프라는 최악의 대통령으로 퇴행적 교차가 발생한 만큼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정치적 진동은 어쩌면 거대한 지각변동으로 인해 판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흐름의 산물일 수 있다. 러시아의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 등장에서 보듯 지구 곳곳을 횡행하는 정치적 퇴행의 기류가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까지 퍼진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각변동은 짐작건대 인터넷과 뒤이은 SNS 같은 기술 혁신에서 잉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기술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조밀하게 연결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정치 과잉과 함께 첨예한 정치 양극화를 낳고 있다. 의견이 다른 경우 상대(opponent)가 아닌 적(enemy)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도덕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아니라 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후보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리더십의 제1조건인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후보가 아니라 적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후보가 부상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규준(norm)이 와해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평가를 비웃듯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 현 대통령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과연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온 진동의 파장은 새로운 균형을 어디로 이주시키고 있는 걸까?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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