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진짜 '도주' 대사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3.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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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나 대학에 복귀한 장하성 교수가 3개월 뒤 정년 퇴임식에서 '무지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외국에서 대사의 도주는 정권 미움을 사서 자국을 떠나는 형태로 주로 나타난다.

몰로토프는 소련에 남아 숙청당하는 대신 몽골 대사라도 받아 도주를 택했다.

최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부임을 놓고 비슷한 발음 때문에 '도주 대사' 얘기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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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나 대학에 복귀한 장하성 교수가 3개월 뒤 정년 퇴임식에서 '무지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젊었을 땐 이상적인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무지개를 좇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이 흘러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감히 계속해서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의 중국 대사 내정 소식이 나왔고, 곧바로 대사로 나갔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실패 등 경제 흑역사의 주역 중 한 명인 장 전 실장의 중국행은 '회전문' 인사를 넘어 비판에서 도망치려는 외유로 비쳤다. 야당 비난이 쏟아졌고, 인터넷에는 '소주성 외치다 중국 런(run)' '소주성 효과 안 나니 이젠 도망' '폭망하고 토낀다'는 등 악플이 넘쳐났다. 경제를 망쳐놓고 본인만 '무지개'를 좇아 영전했지만 분노한 국민은 '도주'로 여겼다.

외국에서 대사의 도주는 정권 미움을 사서 자국을 떠나는 형태로 주로 나타난다. 13년간 소련 외무장관에서 한직인 몽골 대사로 추락한 뱌체슬라프 몰로토프가 대표적이다. 몰로토프는 1939년 독·소 불가침조약 체결 등 외교가의 거물이었다. 그는 이오시프 스탈린 사후 공산당 서기장 자리를 놓고 권력 투쟁을 벌이다 니키타 흐루쇼프에게 패해 1957년 몽골로 쫓겨났다. 몰로토프는 소련에 남아 숙청당하는 대신 몽골 대사라도 받아 도주를 택했다.

최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부임을 놓고 비슷한 발음 때문에 '도주 대사' 얘기가 한창이다. 수사 대상인 이 대사가 급히 떠나자 더불어민주당은 직권남용과 범인도피 혐의로 대통령과 외교·법무장관을 고발까지 했다. 이 대사는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며 도주와 선을 긋고 있다.

이 대사가 이번주 중 외교안보회의 참석차 귀국한다고 한다. 향후 이 대사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대사로 남아서 '도주' 오해를 씻으려면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 별 업적 없이 도주 비난만 들은 전 주중 대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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