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찰 vs 관광객 갈등의 상징 ‘백양사 매표소’ 사라진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3. 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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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관람료 폐지 후에도 존치…4월 초쯤 철거될 듯
방문객 “뒤늦게나마 매표소가 없어지게 된다니 다행”
장성군 “앓던 이 빠진 기분…관광활성화·경제에 도움”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16일 오후 장성군 북하면 국립공원 백암산 자락 백양사 산문 입구. 검문소 같은 칙칙한 매표소 앞에 도착한 차량들이 갈지자(之)로 뒤뚱거리면 서행하고 있다. 문화재 입장료에 이어 주차요금 징수를 잠정 폐지했지만 여전히 매표소가 버티고 있어 요금 내야할지 그냥 통과할지 분간이 어려워서다. ⓒ시사저널 정성환​

그동안 사찰과 탐방객들 간 갈등의 상징이 됐던 전남 장성 백양사 매표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매표소는 지난 60여년 간 정부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할 문화재 유지관리비용을 사찰에 전가하면서 발생한 모순으로 불교계와 국민 모두 불만과 원성으로 아파했던 곳이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전국 65개 문화재사찰에서 무료입장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매표소도 사라지거나 문화유산 안내소 등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장성 백양사 측은 문화재 관람료는 면제한 반면 매표소를 여전히 존치하고 경내 진입 차량에 대한 주차요금을 징수해 방문객과 마찰을 빚었다.  

백양사 측이 올해 1월부터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지만 사정을 모르는 일부 차량들이 매표소 앞에서 되돌아가는 등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방문객들이 혼선을 빚고 시사저널의 취재가 시작되자 사찰 측은 매표소 요금표를 떼냈다. ⓒ시사저널 정성환

검문소 같았던 '사찰 매표소'…불만·원성으로 아파했던 곳

16일 오후 장성군 북하면 국립공원 백암산 자락 백양사 산문 입구. 검문소 같은 칙칙한 매표소 앞에 도착한 차량들이 뒤뚱거리며 갈지자(之)로 서행했다. 사찰 측이 문화재 입장료에 이어 주차요금 징수를 잠정 폐지했지만 여전히 매표소가 버티고 있어 요금 내야할지 그냥 통과해야 할지 분간이 어려워서다.

방문객들이 혼선을 빚자 사찰 측은 매표소 요금표를 떼냈다. 이처럼 올해 1월부터 주차요금도 징수하지 않고 있지만 요금 징수를 둘러싼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장성군이 전남도 종합감사와 내부 조율 등을 이유로 이달 말 이후로 계약을 미루면서 백양사 경내외 주차비 무료화는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해 당분간 관광객 혼란과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장성군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지난 15일 군의회 승인을 받아 백양사 경내외 주차장 임대 계약을 위한 예산 1억 5000만원을 확보했다. 군은 이달 말 이후에 주차장 부지 소유주인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민간 사업자 등과 임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백양사와 국립공원공단 측은 계약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일주문 앞 매표소도 즉시 철거할 계획이다.

일단 관광객들은 매표소 철거에 대해 대부분 반색했다. 광주에서 온 김 아무개(65)씨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자주 찾는 곳인데 매표소에서 폐지된 문화재 관람료 영수증을 주면서 주차요금을 징수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문제가 해결돼 검문소 같았던 매표소가 없어지게 된다니 너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백양사 초입 음식거리 상인들도 "방문객들이 주차요금 징수 문제로 사찰 측과 다투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국립공원 백암산과 사찰이 완전 무료 개방되면 가족 단위 관광객과 외부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지자체도 주차요금 폐지와 매표소 철거가 관광 활성화 효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장성군 관계자는 "사찰 관람료가 폐지된 이후 주차요금 징수를 두고 방문객들이 자주 민원을 제기해 힘들었는데,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며 "침체된 백암산 관광지가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연훼손, 교통혼잡, 지자체 부담 등 우려도

물론 우려도 있다. 특히 사찰 측은 자연과 문화재 훼손, 교통 혼잡 가능성을 걱정한다. 백양사 종무소 관계자는 "사찰을 완전 개방할 경우 문화재 손상, 교통 무질서 등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면서 "누구나 불교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관람객들이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에 주차요금을 지자체가 떠맡는 문제를 놓고도 여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주차요금 폐지로 올해만 장성군 예산 1억 5000만원이 투입된다. 백양사 집단상가에서 만난 한 주민은 "군민 혈세로 주차요금을 대신 지불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 진짜 무료입장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5월 31일 오전,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매표소 앞에서 두 대의 차량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휙 차를 돌리고 있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백양사 측이 사찰 경내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주차비 징수를 못마땅하게 여긴 관광객 차량들이다. 이들 차량 꽁무니에서는 '언짢다'는 표정이 물씬 묻어났다. ⓒ시사저널 정성환

백양사의 주차요금 징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사찰 측이 조계종의 결정에 따라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은 감면했으나 여전히 승용차 기준 4000원(성수기 5000원)의 주차요금 받으며 차량 출입을 통제하면서다. 당초 문화재 관람료에 숨어있던 주차요금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사찰 경내 진입 차량에 대한 주차비 징수를 못마땅하게 여긴 관광객들은 통행세와 다를 바 없다며 반발했다. 일부는 기분이 상한 나머지 차를 돌려 빠져나가기 일쑤여서 이미지 먹칠뿐 아니라 찾아 온 관광객을 사찰이 내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사찰 측은 주차장 부지 임차료와 관리·유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절 구경이나 등산, 드라이브를 위해 천년 사찰 백양사를 찾은 사람들은 금액의 과다를 떠나 길을 막고 계속되고 있는 요금 징수를 의아하게 여기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주차비 징수에 따른 사찰과 관광객 간에 갈등이 지속되자 사찰 측은 주차요금 무료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지난해 5월 20일 오후 시사저널과 만나 "국립공원관리공단(환경부)에 해당 주차장 부지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데다, 유지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 불가피하게 주차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잖아도 주차비 징수로 인해 문화재 관람료 감면 효과가 반감하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종무회의를 열어 가급적 올해 안에 주차비도 무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백양사 측은 매표소 안쪽 북하면 약수리 146-4번지 등 3개 주차장 부지를 지난 1987년부터 5년 단위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연간 8700만원에 임대 받아 운영했다. 지난해 말 국립공원공단 측과 연장 계약을 하지 않고 올해 1월부터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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