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하 국민의힘 성남 수정구 후보, '대선 허위폭로' 피고인 신분
이번 22대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장영하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인 사실이 확인됐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당선돼도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장 후보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① 이재명에게 20억 전달?... 박철민 폭로 검증 (2021.11.25)
② '이재명 뇌물 증거 편지' 조작 정황 확인 (2021.12.27)
선거 제도 훼손한 조폭 박철민의 '거짓 폭로'
2021년 10월 18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 성남 조직폭력배 출신 박철민이 '조폭 출신 사업가 이준석이 이재명 측에 20억 원 상당의 뇌물을 줬고, 내가 직접 뇌물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용판 의원은 박철민이 준 자필진술서와 돈다발 사진 등을 공개했고, 이는 곧바로 언론에 보도됐다. 박철민은 다른 뇌물 전달책의 편지 2장도 추가 증거로 제시했고, 국민의힘은 2021년 12월 21일 이 편지 내용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그대로 공개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그러나 박철민의 폭로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조폭 출신 사업가 이준석이 이재명 측에 뇌물을 줬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박철민이 '이재명 측에 돈을 주기 전 찍은 것'이라던 돈다발 사진도 뇌물과 무관했다. 박철민이 자신의 사업 수익을 과시하기 위해 SNS에 올린 사진에 불과했다. 뇌물 전달책이 쓴 것이라던 편지 두 장도 위조 가능성이 컸다. 2021년 12월 뉴스타파는 해당 편지 두 장에 대한 필적 감정을 의뢰해 위조 흔적을 발견했고, 이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이재명 뇌물 증거 편지' 조작 정황 확인, 2021.12.27)
박철민은 2022년 9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지난해 11월 9일 1심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철민의 뇌물 폭로를 신뢰할만한 증거가 하나도 없고, 박철민이 "모순되고 허술한" 허위 주장을 펴고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박철민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등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이 사건 범행과 같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 비록 나중에 그 사실이 허위임이 밝혀지더라도..(중략)..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심각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중략)..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이상 이 사건 범행이 선거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만은 없다.
- 박철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문 (2023.11.9)
박철민 대선 허위폭로 '공범' 장영하 국민의힘 후보
이런 조폭 박철민의 선거범죄에 적극 가담했던 인물이 바로 이번 총선에서 성남 수정구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장영하 후보다. 2021년 장 후보는 박철민의 법률대리인을 자처하며, 당시 수감 중이던 박철민을 여러 차례 접견했다. 그리고 박철민이 건넨 허위 자료를 김용판 의원에게 전달해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했다. 또 박철민의 허위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근거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장 후보는 "(박철민으로부터) 사진 3장을 받았다. (조폭 출신 사업가) 이준석이 이재명 측에 돈을 전달할 때 (박철민이) 받아서 사진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수십 개 언론사가 이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장 후보는 박철민과 함께 재판대에 오르지 않았다. 2022년 9월 검찰은 박철민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장 후보는 불기소 처분했다. 장 후보가 박철민 폭로의 허위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려면, 거짓인 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공표했어야 하는데 장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법원이 검찰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재정신청이 접수됐고,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결국 장영하 후보는 법원에 의해 뒤늦게 '강제기소'됐고,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22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등법원의 재정신청 인용률은 10년간(2013.1.1~2022.6) 0.63%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웬만해서 법원은 검찰의 재량권을 인정해 재정신청을 잘 인용하지 않는다. 재정신청 인용은 그 재량권을 뛰어넘을 만큼 법원이 기소해야 할 사안으로 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선 허위폭로 재판' 피고인 장영하, 유죄 확률 높다는 의견 많아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장 후보의 핵심 혐의는 '2021년 10월 20일 박철민의 거짓 폭로를 토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다. 아래는 공소장 내용 중 일부.
피고인(장영하)은 2021년 10월 20일 오후 3시경 기자회견을 열어 50여 명의 기자들에게 "이준석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게 돈을 전달할 때 촬영한 것입니다. (중략) 자기 돈을 촬영한 게 아니고 돈 전달할 때 뭉치가 있어서 꺼내두고 촬영하고 전달했다고 합니다"라는 내용 등이 기재된 기자회견문을 배포하고, (박철민의) 사실확인서와 현금 사진 2장 등을 제시하면서 '이재명이 (조폭 출신 사업가) 이준석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제보는 사실이고, 현금 사진은 이재명에게 전달할 때 찍은 사진이 맞다'는 취지로 발언했다..(중략).. 이로써 피고인은 박철민과 공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 장영하 공직선거법 위반 검찰 공소장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려면 총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공표 내용이 허위여야 한다. 둘째, 허위사실공표를 통해 특정인을 낙선 혹은 당선시킬 의도가 있어야 한다. 셋째, 거짓인 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공표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박철민의 뇌물 폭로가 거짓이라는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첫 번째 조건이 성립된 것이다. 또 장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대선에서 낙선시킬 의도도 공공연히 드러냈다. 본인의 혐의인 2021년 10월 20일 기자회견에서도 장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면 나라 망신"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조건도 충족됐다고 볼 수 있다.
취재진은 세 번째 조건의 성립 여부를 취재했다. 허위사실공표의 고의성이다. 만약 장영하 후보가 박철민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믿고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면 장 후보는 무죄일 수 있다.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의 고의에는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충분한 사전 검증 노력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허위사실공표의 고의가 인정된다. 아래는 장 후보의 혐의와 똑같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사건 판례다.
1.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물리적으로 사회통념상 가능했다고 인정됨에도 그러한 확인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갖고 그 사실의 적시에 적극적으로 나아갔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99도5190 판결)
2. 내용이 진실한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였음에도 확인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그 사실의 적시에 적극적으로 나아갔으므로, 해당 내용이 허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인정된다. (서울고등법원 2023노145 판결)
장영하 후보에게는 박철민의 거짓 폭로를 전혀 검증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장 후보는 박철민의 폭로 내용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을 만나 박철민의 주장을 지지하는 증언이나 증거를 얻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회견 전날인 2021년 10월 19일에는 박철민이 지목한 뇌물 전달책 장 모 씨로부터 '뇌물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스스로도 박철민의 신뢰성을 의심했지만,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허위사실공표죄 성립의 세 번째 조건도 충족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뉴스타파가 자문을 구한 변호사들의 판단도 비슷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력 18년의 변호사는 "사건 진행 상황을 보니 올해 가을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것 같다. 유죄 판결을 예상한다"고 했다. 형사 사건을 주로 다뤄온 경력 11년의 변호사도 "박철민의 주장이 사실이 맞는지 검증 노력이 없었다면, 허위사실공표 범죄의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당선돼도 '곧 의원직 상실' 유력
장영하 후보의 문제는 더 있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 박탈된다.(집행유예 이상은 10년 박탈) 그리고 국회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없는 국회의원은 자동 퇴직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공개한 '선거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아무리 감경을 받아도 최저 형량이 벌금 300만 원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장 후보는 의원직 상실 확률이 높다.
장 후보가 언제 확정판결을 받을지도 계산해 봤다.
법원행정처의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장 후보 사건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부의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335.7일(불구속)이다. 항소심을 맡는 서울고등법원의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198.5일, 대법원은 173.1일이다. 유죄 확정판결까지 최대 707.3일이 나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장 후보가 기소된 지난해 5월 24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확정판결 추정일은 2025년 4월 29일이다. 이번 총선(4월 10일)으로부터 1년 19일 뒤다.
장영하, 유죄 확정돼도 '선거 비용' 반납 안 한다
통상 선거범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보자는 세금으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장영하 후보는 유죄가 확정돼도 선거보전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공직선거법 265조에 따르면, 선거범죄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유무와 상관없이 선거보전금을 반환해야 한다. 다만 '당해 선거 과정에서 저지른 선거범죄'만 대상이다. 장 후보의 경우, 이번 총선이 아니라 지난 대선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여서 해당 사항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장영하 후보는) 만약 당선 이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만 잃고 선거 비용은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당선됐거나 득표율이 15% 이상인 후보는 선거 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다. 참고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의 1인당 선거보전금은 약 1억 2천만 원이었다.
장영하 "내가 알아서 하겠다"... 국민의힘도 '장영하 사법 리스크' 무시
뉴스타파는 장영하 후보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박철민의 거짓 폭로에 가담한 이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선거사무소도 찾아가 질의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장 후보는 아무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취재진은 지난 18일 성남시 수정구에서 아침 출근인사를 하고 있는 장 후보를 직접 찾아가 입장을 물었다. 장 후보는 홍보 패널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를 거부했다.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재판은) 걱정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다. 나는 당연히 무죄"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도 연락해 장영하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국민의힘 측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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