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스마트폰 쓰는 아이…정신과 교수가 내민 솔루션
당신 아이의 이야기
자녀교육 유튜브 채널 ‘육퇴한밤’이 아이 발달·정서·교육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드립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친정엄마, 옆집 엄마, 조리원 동기도 해주지 못하는 뾰족한 답변으로 자녀 걱정을 덜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연] 중3 여자아이의 휴대전화 과의존 습관이 고민입니다. 중2 때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휴대전화 사용 습관에 대해 말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예요. 휴대전화를 보통 학기 중 평일에는 5시간, 주말에는 8시간 내외로 보고요. 방학에는 10시간을 훌쩍 넘어 새벽까지 보기도 합니다. 기질적으로는 예민과 불안도가 높은 아이예요. 공부는 안 해도 학교나 학원은 잘 가고, 친구들과도 비교적 원만하게 지냅니다.
휴대전화 사용 습관을 고치기 위해 타이르기도 하고 규칙을 정해보기도 했지만 변화가 없어요. 그만 마음을 내려놓자 싶다가도 휴대전화가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포기가 안 돼요. 아이와의 관계가 자꾸 어긋나기만 합니다.
육퇴한밤: 딸의 휴대전화 습관으로 어머니가 마음고생이 심하세요. 아이는 휴대전화 과의존 상태일까요?
김효원 교수님: 휴대전화 이용 시간을 조절하기가 어렵고,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고, 학업이나 가족 간의 관계에서 어려움도 있기 때문에 과의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육퇴한밤: 아이는 왜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는 걸까요?
김효원 교수님: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불안을 낮추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거든요. 휴대전화에 몰두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아이들을 보면 현실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 속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별로 없거나, 가족 간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등등요.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먼저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육퇴한밤: 어머니는 휴대전화가 아이의 수면을 방해하는 등 성장에도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하고 계세요.
김효원 교수님: 휴대전화 사용이 성장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휴대전화 과의존이 수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사연 속 아이처럼 휴대전화하느라 잠을 안 자면 수면 시간도 짧아지고, 낮에는 졸리잖아요. 사람이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우울해지거나 무기력해지기 쉽고 비만도 생기기 쉽거든요. 낮에 집중력이 떨어지니 당연히 학업도 방해되겠죠?
육퇴한밤: 휴대전화 과의존을 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김효원 교수님: 휴대전화 과의존을 완전히 좋아지게 하는 마법의 방법은 없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우선 아이들이 스스로 휴대전화 사용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 막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된 아이라면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음날 사용을 제한하고 그 다음 날에 다시 휴대전화를 주세요. 휴대전화를 줬다 제한했다를 반복하면서 휴대전화 사용을 조절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겁니다. 휴대전화 사용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아이와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할 수 있어요.
이미 휴대전화 사용이 많은 고학년이라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 때문에 학교에 지각하거나 학업에 영향을 주거나 부모님을 과격하게 대하거나 하면 제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육퇴한밤: 고학년 때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건 쉽지 않다 보니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보상으로 주기도 하는데 이건 괜찮을까요?
김효원 교수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보상으로 주다 보면 나중에 휴대전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휴대전화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현실이 휴대전화보다 재미가 없어서예요. 아이들이 현실에 발붙일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 운동이나 음악, 댄스와 같은 취미활동이나 가족들과 함께 야외활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노력해도 잘 안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라면 다른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스마트쉼센터나 아이윌센터같은 인터넷·휴대전화 중독 전문치료 센터나 병원을 방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김미영 기자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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