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빌리고 잠수 탄 친동생, 민사? 형사?”…AI 답변은

김민소 기자 2024. 3. 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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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아주, 법률 챗봇 ‘AI 대륙아주’ 출시
대규모 LLM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활용
“100개 중 88개 질문 정확한 답변 내놔”
“개발 10분의 1 단계…문서 작성 목표”

“친동생이 사업을 명목으로 1억 가까이 되는 돈을 빌렸습니다. 문자로 변제기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갚기로 한 날 동생이 돌연 잠수를 탔습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중 어떤 절차를 취해야 할까요?”

“돈을 갚지 않는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이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채무자가 사기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민사 소송을 제기해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민사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으면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 대여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없거나 재산을 은닉한 경우에는 대여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하고 보전 처분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대륙아주)

이재원 넥서스AI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대륙아주 출범식'에서 AI 대륙아주를 시연하고 있다. /김민소 기자

20일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인공지능 스타트업 넥서스 AI, 네이버와 손잡고 만든 AI 법률 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를 공개했다. 챗GPT 같은 챗봇 서비스다. 법과 관련된 궁금증을 입력하면 24시간 실시간으로 답을 알려준다. 이날부터 AI대륙아주 홈페이지나 네이버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대형로펌이 AI를 활용한 법률 상담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대륙아주가 처음이다. 넥서스 AI는 네이버가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이 챗봇을 만들었다.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들은 1만여개의 질문과 모범답안을 만들어 AI를 학습시켰다.

이날 시연회에서 진행자가 “음란물 유포죄도 반의사불벌죄에 속하나요? 현재 음란물 유포로 조사를 받기 전 상황입니다. 죄명은 음란물 유포인데, 이런 상황에서 영상에 나오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나요? “라고 질문하자, 30초도 안되어 “정보통신망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유포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수우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빠르고 간단명료한 답변에 참석자들은 ‘똑똑한 친구’라며 술렁이기도 했다.

'친동생이 사업을 명목으로 1억 가까이 되는 돈을 빌렸습니다. 문자로 변제기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갚기로 한 날 동생이 돌연 잠수를 탔습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중 어떤 절차를 취해야 할까요?'를 묻자 AI 대륙아주가 내놓은 답변./김민소 기자

시연회를 진행한 이재원 넥서스 AI 대표는 “아직까진 100가지 질문을 하면 88개는 맞고 12문제는 틀리는 수준”이라면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사안에 대한 분석적 판단과 법률 문서 작성 등도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산에 주눅 들지 말고, 토종AI도 좋은 프로덕트(product·제품)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AI 대륙아주가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간단한 정보에 불과하다”며 “어디가 아플 때 병원에 가기 전에 주변에 묻고 문진표를 작성하듯이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 가져야 할 사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이므로 변호사 수임 질서를 해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재원 대표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AI는 인터넷에 이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오랜 시간 걸려서 찾아봐야 하는 것을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송사의 핵심은 ‘증거’이고 이는 변호사들이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므로 변호사 업무를 침해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AI의 답변이 부정확할 수 있으니, 변호사를 대체할 순 없다”며 “모든 AI 대륙아주 답변 끝에 쓰여 있는 ‘정확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한다’는 문구를 주목해달라”고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AI 대륙아주의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 검토에 나선 것에 대해 이규철 대표는 “변호사법 위반은 아니라는 내부 검토를 마쳤다”면서 “변협에도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계속 함께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변협은 지난 18일 대륙아주에 ‘24시간 무료 AI 법률 상담의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소지’ ‘서비스 운영 시 변호사의 답변 직접 검수 여부’ 등을 소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4조 12항은 ‘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료에 관해 공정한 수임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 8조 1항은 ‘변호사 등은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의 법률상담 방식에 의한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대륙아주가 이 서비스를 ‘무료’라고 광고한 것에 대해 변협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륙아주와 넥서스AI·네이버클라우드는 AI 대륙아주의 성능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법률 정보를 학습시킬 예정이다. 3개 회사는 이날 시연회에 앞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오늘 선보이는 서비스는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이제 시작하는 서비스”라며 “LLM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익히면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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