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글러브 끼고"…박찬호, MLB 서울시리즈 시구 나선다
"시구 한 번 하는 게 한 경기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코리안 특급' 박찬호(51)가 '30년 전 글러브'를 들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 마운드에 오른다. 무대는 미국 본토가 아닌 서울 고척스카이돔이다.
20일 고척돔에서는 2024 MLB 정규시즌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LA 다저스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가 펼쳐진다.
한국에서 MLB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한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구자로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구자 박찬호가 선정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찬호는 "시구 하나를 던지는 게 이 한 경기를 다 던지려는 것처럼 긴장된다. 너무나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30년 전에는 이후 어떤 벌어질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활짝 웃었다.
박찬호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다. 그는 1994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MLB 마운드에 올랐다.
그저 먼 곳으로만 여겨지던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에 선 박찬호는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을 거치며 빅리그 통산 476경기 124승98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의 성적을 남겼다.
박찬호는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부터 정말 많은 일을 경험했고, 어려웠던 일도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 일들을 통해 성장했고 그 결실이 한국 야구의 발전과 함께 30년 후 이런 새 역사가 만들어진 것 같아 감명깊다"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들고 나온 자신의 글러브를 고운 눈길로 바라봤다. "이 글러브는 30년 전 메이저리그에 처음 데뷔했을 때 썼던 것"이라며 "당시 손가락 움직임으로 구종이 노출돼 글러브 제조사에서 (이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줬다. 보기엔 흉하지만 가치가 있다. 30년 후 오늘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잘 간직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음지었다.
미국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생소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당시 다저스를 이끌던 토미 라소다 다저스 감독이 챙겨준 '첫 탈삼진 기념구' 역시 그랬다.
"그때만 해도 내가 쓰던 물건을 가치 있게 소장하는 개념이 없었다"고 떠올린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삼진을 잡았지만 2점을 허용했다. 개인적으로 많이 부끄럽고 떨렸다. 그런데 이닝을 마치고 라소다 감독이 포옹을 하며 볼을 주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통역도 없어서 왜 주는 지도 몰랐다. 나중에 라소다 감독이 '역사에 남는 공이 될 거다. 한국 선수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삼진을 잡은 공'이라고 이해시켜줬다. 그래서 그 공이 소중한 보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찬호는 자신이 승리한 경기의 기념구를 모두 모았다. 소중한 글러브와 함께 공주 박찬호 기념관에 기증했다. 이날 챙겨온 글러브도 박물관에서 직접 챙겨온 것이다.
박찬호가 물꼬를 튼 후 30년, 한국 야구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추신수(SSG 랜더스), 류현진(한화 이글스) 등 많은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떨쳤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은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MLB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 선수들의 진출도 보다 활발해졌다. 이날 다저스(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샌디에이고(김하성,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의 개막 로스터(출전 선수 명단)에 든 아시아 출신 선수만 5명이다.
박찬호는 "30년 전에는 나 혼자였다. 이후 (일본인 선수인) 노모 히데오 선수와 팀 동료로 활약하며 동양의 메이저리그 문은 더 활짝 열렸고, 더 단단히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다르빗슈, 스즈키 이치로, 류현진, 김하성, 추신수 등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MLB에서 활약하는) 동양선수들을 보면 '노모 히데오의 나무가 튼튼하게 자랐구나, 박찬호의 나무가 튼튼히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나무에서 열린 열매로, 동양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꿈을 꾸며 훌륭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아시아 최다승(124승) 기록은 통산 103승을 올리고 있는 다르빗슈가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을 바라는 박찬호는 이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록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2007년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내 커리어가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노모 선수의 기록(123승)을 보며 다시 용기를 갖고 도전하려고 했다"며 "내가 가진 124승도 언젠가 당연히 깨져야 한다. 그래야 발전한다"고 후배들의 분전을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박찬호가 시구를 맞는 이날 경기에서 맞붙는 두 팀은 박찬호와 인연이 깊다.
다저스는 박찬호가 9시즌(1994~2001, 2008년)을 뛰었던 팀이다. 박찬호는 "다저스는 나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알려진, 한국 국민에게 '첫사랑' 같은 팀"이라며 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2시즌(2005~2006년)을 뛴 후 현재 구단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끼는 두 팀의 맞대결에 박찬호는 "어느 팀이 이겨야 한다는 건 없다. 오늘 경기가 역사적인 만큼 월드 시리즈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듯,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메이저리그 승부로 멋진 경기를 치렀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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