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의대생 돌아갈 다리 불태우고 있다”...의대 교수들 사직 결의 확산

허지윤 기자 2024. 3. 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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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교육부, 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 발표
의협·대전협·전의교협 오늘 밤 대책 회의
의학계 “교육·수련·의료체계 마비될 것… 철회해야” 비판
서울 소재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2024.3.20/뉴스1

정부가 전국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 전국 주요 대학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학계는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 필수의료가 마비될 것”이라며 “정부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고, 경기·인천 지역 대학에 361명(18%)을, 비수도권 대학엔 1639명(82%)을 신규 배정하는 게 핵심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올린다. 의사 단체와 전공의 단체, 의대교수 단체가 모여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인데, 의료계 각 직역단체가 집단행동 등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의대 교수들은 20개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40개 의대 중 교수협의회가 있는 33개 의대가 참여 중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2개 조직을 중심으로 집단 사직을 추진 중이다. 비대위 소속 대학 교수들은 25일부터 일괄적·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의학계를 대표하는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의료계와 합의 없는 성급하고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이날 교육부 발표에 즉각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환자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그간의 결정을 모두 철회하고, 의료계와 합리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당장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가 마비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학회들은 “의대 임상교육은 파탄나고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의사가 배출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까지 마비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 “군의관과 공보의를 도구처럼 동원하는 정부의 모습에 의대생들이 놀라고 분노했다”면서 “앞으로 상당수 의대생들이 사병으로 지원해 군의관과 공보의 자원이 격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간부들을 고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 중인 것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학회들은 “지금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며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는 필수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과 지역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을 병원에서 내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학회는 “전공의는 한국 의료의 미래이며 학문 후속세대”라며 “이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료의 미래와 환자 진료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데 있어 충분한 근거와 조사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ㄷ. 학회들도 이날 “이미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은 정책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세 보고서의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2000명 증원에 반대했고, 저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연구를 부적절하게 인용했다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또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 전공에 대한 조사조차 없이 의대 정원을 책정하는 비과학적인 과오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학회들은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필수의료를 파괴하고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지역의료를 파괴하고 있고,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의학교육을 파괴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성명에는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대한핵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26개 전문과목학회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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