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대신 ‘집단행동’ 단결 나선 의료계···‘2000명 쐐기’에 파국 치닫나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점진적 증원’이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던 의료계 입장을 전면 차단하고 쐐기를 박은 조치로, 양측 타협의 여지가 사라졌다.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도 커지면서 환자들의 피해는 가중될 전망이다. 전공의, 의대생, 교수단체는 이례적으로 공동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이날 온라인 회의를 연다. 이번 의정 갈등 상태가 촉발한 후 의사들을 대표하는 3개 단체가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 단체들은 의료계 내에서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에 속하는 만큼 ‘최후의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각 집단마다 각자 의견을 내던 의료계도 정부의 속도전에 공동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 의견을 배제하고 전의교협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40개 대학이 소속된 의대협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불통의 끝으로써 오늘의 의대정원 강제 배정은 정부가 국민과 의료계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보여준다”며 “의대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휴학계를 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반려 시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5일부터 ‘집단사직’을 하겠다고 예고한 전국 의대 비대위 교수들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의대생·전공의 등과 공조 의사를 밝힌 전의교협 소속 대학 중 25곳은 비대위도 겸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대학별로 정부에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연세대 의대(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증원 배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증원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며 권역중심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라며 “이후 의학 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참단한 혼란 상황과 이로 인해 국민 건강 위협을 초래하게 될 독선적 결정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고려대 의료원 교수 비대위도 이날 성명에서 “지금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고려대 의료원 교수들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정책 추진이 지속되고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원 전체 교수의 자발적 사직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전공의 사이의 ‘중재’ 역할을 자처했던 이들마저 돌아선 뒤에는 의료 공백이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미 16개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은 지역 의대 교수들까지 학교별로 사직 의사를 모으고 있다.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더라도 진료 현장에 남겠다고 밝혔지만 학교별 정원 배정 발표 후 이들이 추가로 또다른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자들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상담 실적 현황을 보면, 19일 오후 6시 기준 한 달간 총 1588건의 피해상담이 접수됐다. 피해신고서 접수 533건 중 수술지연이 370건으로 가장 많았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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