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과 맞짱 뜬 이준석, 보통 용기 아냐”…김종인이 총선 뛰어든 이유
‘용기 있는 새싹’ 李에 정치할 기회 필요
“기득권 싸움 속 완충세력 있어야”
금태섭·천하람 주목할 인물로 꼽아
‘조국혁신당 신드롬’에 “불행한 일” 일갈
국민의힘 수도권서 패배 전망 내놓기도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소재 사무실에서 가진 매일경제와 인터뷰 내내 이준석 대표와 개혁신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미래를 향한 새싹’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이 대표를 처음 만난 때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시절이다. 만 26세에 불과했던 이 대표를 만난 김 위원장은 본인 의사를 충분히 표시하는 그에게서 정치적 감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만나서 보니 26살밖에 안 먹은 사람이지만, 잘 크면 정치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위원장이 높이 산 이 대표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용기’였다. 그는 “정치인은 돌파하려고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준석 대표도 혈혈단신으로 대통령과 붙어서 싸움을 했는데 보통 사람의 용기로는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기여했던 부분도 분명하다고 전했다. 2020년 국민의힘을 끌고 갈 만한 인물이 없던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해 보수 정당에 변화를 가져와야겠다는 국민적 기대감을 끌어냈고, 그 결과로 대통령 선거까지 승리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당 내부의 다선 의원들이 이 대표를 미래의 싹으로 키웠어야 했는데, 집권당의 대표를 징계를 통해 축출했다”며 “오늘날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두고 맞는 고초도 이준석 같은 사람을 팽개친 결과”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창당대회에 참가하는 등 이 대표를 심정적으로 응원해왔던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개혁신당에 합류한 것은 이 대표가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이낙연계 인사들과 제3지대 합당을 시도하다가 결렬된 상황으로 인해 기존 개혁신당 지지층과 새로운 정치를 원하던 국민이 실망감을 표출해 이탈한 바 있다. 이에 ‘라이언 일병’ 신세가 된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나선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 2006년 재·보궐 선거에서 조순형 당시 서울 성북을 후보가 지지율 12%에 머물렀지만 결국 당선된 사례를 언급했다.
또 이 대표의 유명세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화성을 지역구에서 거대 양당 주자로 나선 대기업 출신 경쟁자들보다 선거가 임박하면 우세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가 언급한 조사는 인천일보와 경인방송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화성을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이준석 대표는 23.1%의 지지율을 기록해 민주당 공영운 후보(46.2%)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준석 대표가 만든 개혁신당을 향해서도 대한민국 정치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며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진보와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두 거대 정당이 기득권 싸움을 하다 보니 현재 정치는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며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완충을 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국회에 있어야 하며, 양당을 선택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에서 번갈아 가며 정권을 맡았지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저출산과 노인 빈곤 문제가 더욱 심화됐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고 이를 기치로 내건 개혁신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민주당도 가보고 국민의힘도 내가 이름을 지어줬지만 한 쪽으로 치우치는 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어려울 때 살려놨는데 지금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생각은 차이가 없다”며 “의원들이 개인적인 영달이나 권력에 관심 있는 거지 둘 다 똑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속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격하고,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만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 당이 지금처럼 똑같이 (국회에)들어가면 대선까지 죽어라 싸울 것이다. 그러면 나라 꼴이 뭐가 되느냐”라며 “국민을 생각하면 중간에서 중화를 시킬 수 있는 정치 세력을 집어넣어야 한다. 국민들이 꼭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 외에도 금태섭 최고위원과 천하람 변호사 등을 개혁신당 내에서 주목할 인물로 꼽았다. 그는 “금태섭 같은 사람은 소신도 있고, 자기 나름의 방향이 있어서 그런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천하람 같은 경우에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모시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고, 순천에서도 출마하려던 대단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개혁신당이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해 미래지향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개혁신당이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가지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의회 내에서 국가를 끌고 갈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육성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야 정치가 발전할 수 없고, 지금과 같은 권력 구조가 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개혁을 위해선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1987년에 제정된 헌법 체제가 다음 대선이 있는 2027년까지 40년 동안 유지된다.
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권력구조를 개혁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회 내에 반드시 교두보를 마련해서,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아주 엄청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에마뉘엘 마크롱이란 인물이 등장해 2년 동안 설득 과정을 거친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며 프랑스의 보수와 진보 정당이 무너졌고, 그 이후 개혁 과제를 수행하면서 나라 전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며 “막연하게 ‘제3지대가 안 된다’고 생각해 양당 체제를 유지하게 되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가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를 묻자, 이 대표를 포함한 개혁신당 출신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국회의원 자질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의원내각제’가 현실적으로 한국 정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자 김 위원장은 “개헌과 동시에 선거법도 바꿔야 한다”며 “정부를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자들이 국회에 들어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모범 사례로는 독일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나라가 독일이고 선거제도가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라며 건설적 불신임제,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제도를 언급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김 위원장은 이날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개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특히 그는 저출산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산층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격차가 현격한 상황을 감안해 중소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약 10년간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아쉬운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4년이 흐른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 완패를 경험한 국민의힘은 인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원내 1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총선 후에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김 위원장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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