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에 노젓는 거래소… 문턱 낮추고 투자자 맞이 '분주'

거래대금 코스피 2배…이용자수는 2021년 대비 아직 ‘절반’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나드는 유례없는 강세장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움직임도 부산해 졌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신규 투자자 대거 유입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한도를 늘리고 부가 서류를 없애는 등, 경쟁적으로 문턱을 낮추면서 이용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러스트=김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원화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이달부터 실명계좌 신규 개설시 가입조건을 완화하고, 거래대금 조건을 풀어주는 등, 새 고객 맞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빗썸은 이달부터 제휴은행인 농협은행과 함께 신규 가입자의 가입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 농협은행은 가상자산 거래만을 위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금융거래목적확인서 등 여러건의 추가 서류를 요청하는 등,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가상자산 투자용 신규 계좌 개설시 별도의 추가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

빗썸 관계자는 “기존에는 거래소 이용만을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할 시 반려당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특별한 절차를 더 거치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 초기 가입자들의 진입이 더욱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업비트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케이뱅크는 입출금 한도 상향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달부터 ▲계좌 개설 후 3일 경과 ▲거래금액 300만원 ▲업비트 이체 3회 이상시 가상자산 계좌의 입출금 한도가 해제된다. 반면 업비트 외 빗썸 등 다른 거래소들은 최초 입금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하고, 누적 거래금액이 500만원이 넘은 후에야 입출금 한도를 높힐 수 있도록 제한을 걸고 있다.

원화 입출금의 자유도를 높여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상승장에 따른 신규 이용자의 유입과 거래금액 증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거래대금은 지난 14일 17조원을 돌파하며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을 2배 가량 넘어서기도 했다.

거래 급증에 코빗과 빗썸은 지난해부터 6개월여간 이어오던 수수료 무료정책을 폐지하기도 했다. 이용자수 확보를 위해 시행한 정책인 만큼, 시장 호황으로 신규 유입이 증가자 이를 지속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주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것도 있다. 코빗은 지난 10월부터 이어온 수수료 무료정책을 지난 29일 종료했으며, 빗썸 역시 5개월간 유지해온 수수료 전면 무료를 지난달 종료했다.

오랜만의 활황장세라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아직 거래 열기가 지난 2021년 불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업비트의 일일활성이용자수(DAU)가 가장 높았던 지난 12일 254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상승장 당시 업비트의 DAU는 최고 632만명으로, 이용자수는 당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11월엔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가격 기준 8200만원대까지 상승, 3개월만에 두 배 넘게 올랐었다.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처음 출시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서 거래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가 생겨나는 등,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 이후 실명계좌 개설이 더욱 어려워지고,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등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며 “기존 이용자들의 거래금액은 늘었으나, 새로운 투자자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IT조선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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