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쳐'만 5번…황선홍호, 이젠 '하나 된 마음'으로 전진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설하은 기자 = '5번'.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약 5분에 불과한 짧은 발언 시간에 '똘똘 뭉친다'는 표현을 언급한 횟수다.
그만큼 한국 대표팀의 온 신경은 산산조각이 난 팀워크를 다시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 것에 쏠려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대표팀 임시 감독과 주장 손흥민은 맞대결 상대인 태국에 대한 전술적인 대비보다는 내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손흥민은 먼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고, 보여줄 것과 해야 할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 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소집 심경을 묻는 말에도 "오로지 생각할 건 이 팀을 어떻게 더 똘똘 뭉치게 하느냐"라며 "똘똘 뭉친다면 경기 결과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직접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자신에게 사과한 것을 두고도 "강인 선수가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줬기에 (다른)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았나 싶다"며 "더욱 똘똘 뭉칠 계기가 확실하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만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더욱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 역시 표현만 달리했을 뿐, 기자회견 내내 '하나 된 모습'을 재차 언급했다.
황 감독은 "팬에게 우리가 하나 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우리의 마음가짐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어서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는 하나 된 모습이 더 중요하다"며 "팀 동료들과 이강인이 합심해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 좀 더 마음을 열고 화합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의 전력과 그에 대한 대비 상황 질문에도 "얼마나 '한 팀'으로 태국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축구 대표팀은 탁구게이트 등 각종 풍파를 딛고 다시 나아갈 준비를 마친 듯하다.
지난달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이강인이 탁구를 치다가 자신을 제지하던 캡틴 손흥민에게 대들었다.
이 사건으로 팀워크가 무너진 대표팀은 다음날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고 탈락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강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고 영국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손흥민을 만나 사과했다. 나머지 대표팀 선수들과 직접 대면한 건 아시안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강인은 곧바로 경기 고양 소재 대표팀 숙소로 이동했고, '마지막 퍼즐 조각' 이강인의 합류로 대표팀은 비로소 완전체가 됐다.
그리고 '사과할 용기'를 낸 이강인은 선수단 앞에서 자신의 경솔했던 행위를 진솔하게 돌아보고 쌓인 감정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 역시 그런 이강인을 품으며 다시 하나로 똘똘 뭉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강인은 이날 훈련 시작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그간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이날 이강인을 비롯한 23명의 선수 모두가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대표팀 전원이 모여 훈련하는 건 이날 하루뿐이지만, 황선홍 감독과 손흥민이 '원팀'을 강조한 것처럼 대표팀은 밝은 분위기에서 전술 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강인이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먼저 나서서 선수들에게 인사하려는 모습이 보였다"며 "선수들도 이강인을 맞아줬다. 서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원팀으로 나아가는 대표팀 분위기를 귀띔했다.
다시 조직력을 쌓아가는 황선홍호가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나아갈 차례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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