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훔친 책값 ‘100만원’으로 갚은 30대 가장의 편지

박아영 기자 2024. 3. 20. 17: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교보문고에서 책과 학용품을 훔쳤던 한 30대 가장이 뒤늦게 서점에 현금 100만원과 진심이 담긴 사과 편지를 건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고객, 교보문고에 현금 100만원과 편지 두고 가
15여년 전 책 훔쳤던 일 반성하고 사과
고등학생 시절 교보문고에서 책과 학용품을 훔쳤던 한 30대 가장 A씨가 남기고 간 편지와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 교보문고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교보문고에서 책과 학용품을 훔쳤던 한 30대 가장이 뒤늦게 서점에 현금 100만원과 진심이 담긴 사과 편지를 건넸다.

2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한 고객이 카운터에 봉투를 내밀고 사라졌다.

당시 그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기에 서점 직원들은 이 봉투를 분실물로 여겨 보관해뒀다. 그러나 봉투를 찾으러 오는 이는 없었고 보관기간이 길어지자 최근 봉투를 열어봤다. 안에는 5만원권 20장과 손편지 한 통이 함께 들어 있었다.

편지에서 자신을 30대 가장이라고 밝힌 A씨는 “오늘은 책 향기가 마음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15여년 전 일을 고백했다.

그가 고등학생 때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과 각종 학용품을 여러 차례 훔쳤다는 사실이었다. A씨의 절도 행각은 한동안 이어졌고 그러던 중 결국 직원에게 발각됐다고 한다. 이후 마지막에 훔치려던 책값을 A씨의 아버지가 지불하면서 그렇게 끝이 났다고 한다.

A씨가 건네고 간 손편지 전문. 교보문고

A씨는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단 걸 알았다”며 “마지막 도둑질을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책들과 학용품. 그것이 기억났다”고 했다.

또 “가족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못은 이해해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묻는다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며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교보문고에 신세 졌던 만큼 돕고, 베풀고, 용서하며 살겠다”고 감사 인사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 사연을 알게 된 안병현·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쳐 가더라도 좋은 말로 타이르라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창업자인 고(故) 신용호 전 회장은 설립 당시 5가지 영업 지침을 마련해 매장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한곳에 오래 서서 책 읽는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앉아서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훔쳐 가더라도 절대로 도둑 취급해 망신을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이다.

교보문고는 A씨가 전달한 현금 100만원에 100만원을 더해 총 200만원을 아동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기로 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