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의심 학술지가 승진 앞둔 교수들 현혹? 정부가 제재 나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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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가 투고료를 내면 빠른 심사로 논문을 발표해주는 특정 국제학술지에 대해 정부가 '부실학술지로 의심된다'면서, 해당 학술지에 투고하는 연구자들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부실이 의심되는 학술지라 할지라도, 논문 발표를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이 뚜렷한 연구자들은 스스럼없이 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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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액세스 국제저널 MDPI 염두에 둔 듯
조교수·부교수 등 투고료 내고 실적 쌓아
부실 판단 기준 미비... 학계에선 갑론을박
연구자가 투고료를 내면 빠른 심사로 논문을 발표해주는 특정 국제학술지에 대해 정부가 '부실학술지로 의심된다'면서, 해당 학술지에 투고하는 연구자들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을 공모하면서 '연구(책임)자가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한 실적이 과제 평가결과(선정·단계·최종)에 반영될 수 있다'는 문구를 기재했다. 연구자나 연구책임자가 연구재단 지원과제의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때, 학계가 신뢰하기 어려운 학술지나 학술대회를 배제하라는 권고 사항이다.
이 같은 권고는 사실상 스위스 학술 출판사인 '다학제 디지털 출판 연구소'(MDPI)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정 한국연구재단 책임연구원 등은 지난해 10월 '누가 MDPI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을까?: 2018~2020년 한국 대학 교수들의 논문 실적에 대한 분석' 논문을 발표해, MDPI를 사실상 '부실의심학술지'로 규정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MDPI 학술지들은 빠른 심사 절차와 특별호 제작을 통해 대량으로 논문들을 출판하고, 논문 저자들로부터 투고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고 있다. 연구 실적 압박을 받는 연구자들에게 스팸 메일을 보내 투고를 유도하고, 수백만 원가량의 투고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내 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MDPI에 투고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재단이 보유한 2018~2020년 대학 전임교원의 연구 실적 정보를 분석한 결과, 2018년 SCI급 논문1 대비 MDPI 논문 비중은 5.4%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17.6%로 확대됐다. 특히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보다는 승진을 앞두고 있는 부교수나 조교수가 MDPI에 논문을 싣는 비중이 높았고, 대학재정지원사업인 '두뇌한국(Brain Korea)사업'에 참여하는 교수일수록 MDPI 학술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이 의심되는 학술지라 할지라도, 논문 발표를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이 뚜렷한 연구자들은 스스럼없이 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MDPI 학술지가 부실의심학술지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MDPI가 전통 학술지들과 달리 누구나 장벽 없이 학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니, 부실의심학술지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돈만 내면 무조건 논문을 승인하고 출판해주는 '약탈적 학술지'와 달리 MDPI의 논문 채택률은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재단도 명확하게 MDPI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를 제재하겠다는 방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 내부적으로 부실의심학술지 명단을 갖고 있거나, 이를 일괄 적용해 연구자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어떤 학술지가 부실학술지인지는 연구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기초연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정옥상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필요에 의해 MDPI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행위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거액의 투고료를 내면서 논문을 발표하는 행위에 대해선 연구자들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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