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뉴욕의 밤, 점·선으로 그리다

윤협 개인전 '녹턴시티'
5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

도시의 밤은 캔버스다. 영롱하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들은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중학생 시절부터 스케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온 윤협(42)은 201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이 도시의 밤을 그림에 담기로 마음먹었다. 점과 선만으로 그린 단순한 그림이지만 도시인들은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이 그림이 내가 사는 도시의 얼굴임을.

롯데뮤지엄은 올해 첫 기획 전시로 국내 작가를 선택했다. 윤협의 개인전 '녹턴시티'를 2월 24일부터 5월 26일까지 연다. 작가는 2014년 랙앤본(rag&bone)의 벽화 작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유니버설뮤직, 유니클로, 나이키 같은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전시는 예술적 궤적을 돌아보는 초기작부터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총 23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가는 "나에게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도시를 표현하는 것은 도시 속의 개성과 문화를 통해 직접 느낀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뉴욕의 밤을 그린 다채로운 작업이다. 뉴욕을 그린 초기작 'Good Night(Manhattan)'에서는 작업의 변화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대작 '수련'을 보고 약 2200개의 선과 1400개의 점을 찍어 그린 16ｍ에 달하는 대작 '뉴욕의 밤'은 "즉흥적으로 보이는 작품이지만, 치밀하게 계획해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본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의 야경도 그렸다. 밤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밤은 내면에 닿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