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낙후국 한국, ‘글로벌 RE100’서 낙제점
글로벌 ‘알이100’(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전세계 기업 164곳(2022년 기준) 가운데 66곳(40%)은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꼴찌’ 수준입니다. 대만(33%)이나 싱가포르(27%), 일본(24%), 러시아(21%), 사우디아라비아(21%)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기업들에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지요.
이런 결과는 영국 기반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지난 6일(현지시각) 발간한 ‘2023 알이100 연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13개 기업이 2022년 동참하는 등 현재 국내 36개 기업이 알이100 캠페인에 가입해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지난 연례 보고서 이후 알이100에 가입한 전력 소비량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나머지 3개 기업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보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알이100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곳은 32개사, 재생에너지의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공급을 언급한 기업은 27곳으로 나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장벽’이 있다고 응답한 곳은 66곳입니다.
이런 ‘장벽’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2022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알이100 기업 164곳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9%에 불과하다고 조사됐습니다. 스페인(157개 기업)은 100%, 독일(186개) 89%, 영국(212개) 88%, 미국(254개) 77%와 비교하지 않아도 한국의 저조함은 도드라집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249개) 50%, 인도네시아(121개) 35%, 베트남(126개) 30%, 일본(205개) 25%, 인도(185개) 23%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거든요.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의 확정치 통계를 보면, 한국의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만406GWh(기가와트시)로, 총 발전량(62만6448GWh)의 8.1%입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 있는 알이100 기업 164곳의 전력소비량 6만GWh에 못 미치는 공급량입니다. 물론 정부는 기업의 알이100 목표 달성 시기는 2050년 또는 2040년이라며, 준비할 수 있다고 해명합니다.
지난 14일 발간된 ‘2023 시디피 한국 보고서’의 알이100 동향 브리프를 보면 우려가 더 커집니다. 이 보고서에는 2023년 국내 알이100 참여 기업 30곳과 시디피에 응답한 국내 기업 180곳의 전력사용량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시디피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수립했다고 응답한 국내 기업은 2022년 29개에서 2023년 43개로 늘었습니다. 또한 이들이 보고한 국내외 전력사용량 합계는 2022년에 견줘 약 2.7배 증가한 83TWh(국내 전력사용량 64.8TWh)에 달했습니다.
보고서는 “글로벌 알이100 회원사 75개는 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또는 목표 수립을 필수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국내에서도 스코프3(공급망 포함) 배출량 관리 등의 목적을 위해 국내 기업이 국내외 협력사에 요청하는 형태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협력사의 전력 수요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많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 차이가 심하니 국내 기업들의 알이100 달성률이 국내와 해외에서 크게 차이 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2023년 시디피 조사에서 국내 알이100 기업(30개)의 경우, 해외사업장에선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66.3%였지만, 국내 사업장은 8.7%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알이100 달성률은 31%인데, 실상을 뜯어보면 국내에선 9%밖에 충당하지 못하고 97%를 해외 사업장에서 채운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국내 알이100 달성률이 0%입니다. 그나마 해외에서 19%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알이100 달성률이 7%에 그쳤습니다.
국내 알이100 참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알이100 기업의 국내와 국외 조달 방법을 분석해보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64.7%, 녹색요금제 34.2%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전기요금에 웃돈을 지불해 재생에너지 실적을 인정받거나, 실제로는 화석연료 전기를 사용하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구매했다는 이력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정받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 기여도가 낮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수단인 자가발전과 재생에너지 공급자와의 직접전력거래(PPA)는 각각 0.3%, 0.8%에 그쳤습니다.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제 알이100을 달성하는 방법까지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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